슈퍼리치, 예금 대탈출…뭉칫돈 6개월새 1兆  감소
거액 자산을 가진 이른바 ‘슈퍼리치’가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은행을 이탈하고 있다. 잔액 5억원이 넘는 은행 정기예금 계좌에서만 최근 6개월 동안 1조여원이 빠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16조1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17조1570억원)보다 9660억원 줄어든 규모다. 잔액 5억원 이상인 정기예금은 슈퍼리치의 움직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8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자 슈퍼리치가 은행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과장은 “지난 15일 기준금리가 또 인하되자 자산가들이 더 동요하고 있다”며 “9월보다 거액 정기예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배당주펀드 등 투자상품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배당주펀드 설정액은 6월 말 3조4856억원에서 이달 24일 6조41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공모주펀드도 같은 기간 1조2410억원에서 1조8104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했다.

이희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슈퍼리치의 투자 성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은행의 예금 상품만으로 슈퍼리치들을 잡아두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신영/황정수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