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확장적 재정에 따른 세수 부족을 우려해 담뱃값과 주민세 등을 인상하면서 사실상 증세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여전히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 등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불필요한 곳에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걷을 때나 지출할 때 이처럼 줄줄 세는 세금을 잡지 못할 경우 재정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입니다.



이어서 홍헌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난치병을 전문으로 치료한다는 한 병원의 원장 A씨는 얼마 전 수십억 원의 소득신고를 누락하다 국세청에 적발됐습니다.



환자에게 한 달 치료비를 먼저 내도록 요구하면서, 카드 대신 현금결제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현금수입 신고를 누락한 것입니다. A씨가 탈루한 세금만 무려 10억원이 넘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옷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현금결제부분은 소득신고에서 누락하기 일쑤입니다.



국세청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에 추징한 탈세금액만 무려 7천400억원. 1년으로 계산하면 탈세금액이 약 1조5천억 원으로, 적발되지 않는 규모를 더하면 그 액수를 추정하기 조차 힘든 실정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대비 26.3%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9위입니다.



해 마다 조금씩 지하경제 규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OECD 전체 평균 18.4%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도 과세관청의 많은 노력으로 OECD 어느국가 못지 않게 자영업자의 탈세적발률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난점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 체계가 안정화되고 상향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지 과세관청의 노력만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정부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대선공약으로 천명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지하경제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 방향은 참 바람직한 것이다. 당연히 지향을 해 나가야할 방향인데, 아직까지는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올해 8월말까지 세수진도율은 63.1%로 지난해보다 4.7%포인트나 더딘 상황입니다.



이처럼 세금을 걷는것도 힘겨운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국민의 혈세를 걷어 낭비하는 예산도 상당합니다.



연말만 되면 이렇게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보수작업은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배정된 예산을 어떻게든 써버리려고 하기 때문에 멀쩡한 곳에 손을 대고 있는겁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남발하고 있는 각종 축제들이나 초호화 정부청사 건립,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매번 지적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달 초 55개 공공기관을 감사한 결과 방만한 운영으로 낭비된 세금은 무려 12조5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내년에 편성된 안전예산이 14조6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고질적인 예산낭비만 줄여도 재정문제는 풀릴 수 있습니다.



또, 정부부처에서 지난해 진행한 412건의 사업 중에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은 사업의 비중은 60%를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산 편성단계부터 활용하는 것까지 바로잡아야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심의하는데, 돈을 써야될 정부가 스스로 얼마를 쓰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의 기능을 활성화해 `세입세출예산안`이 아닌 외국과 같이 `세입세출법률`로 변경해 법률화 한다면 쓸데없는 예산편성을 줄일 수 있다"





<인터뷰>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은 세금인상, 국공채 발행, 혹은 정부자산을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실화된 공기업 지분을 부분매각을 해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국회와 정부가 공평한 징수와 효율적인 지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신뢰가 추락하는 동시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힘들 것입니다.


홍헌표기자 hph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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