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인수합병(M&A)을 통한 택배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택배업계에 M&A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중반 30여개에 이르던 택배회사가 최근 18개로 줄었지만 이합집산을 거쳐 10개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 증가에 힘입어 택배업이 몇 안되는 유망 내수업종으로 꼽히면서 규모를 키우려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택배업계의 지각 변동을 촉발시킨 곳은 CJ그룹이다. 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2011년 인수한 뒤 지난해 4월 CJ GLS와 합병, CJ대한통운을 탄생시켰다.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37%로 늘어나면서 점유율 11~13%로 2위권인 현대로지스틱스, 한진택배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롯데그룹은 최근 CJ대한통운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난 7월 매각한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구성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지분을 참여한 것.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9%를 사들인 이 SPC의 지분 구조는 오릭스 35%, 롯데 35%, 현대그룹 30%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오릭스는 나중에 지분을 팔 게 확실해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사들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신동빈 롯데 회장이 택배기업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물류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가 육상운송에 주력하고 있지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의 택배물량 처리를 위해 택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5위인 로젠택배도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로젠택배는 중소 택배업체 인수를 목표로 시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택배와 KG옐로우캡이 1차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로젠택배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점유율이 11~12%가 돼 3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며 “주요 택배사에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농협이 택배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농협은 농수산물 배송을 위해 7년여 전부터 택배업을 준비해왔다. 우체국이 올해 7월12일부터 주5일 근무 체제에 들어가면서 주말 농수산물 배송이 어려워지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월 농협에 택배업 진출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우체국이 주말 영업을 중단하면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택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재무분석 결과 3년 후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는 농협이 1000억원 안팎을 투입해 기존 중소 택배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 택배업계의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외국 기업 M&A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APL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에서 북미 시장에 기반을 갖고 있는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고 병세가 악화돼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