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실적개선…은행株 담을때 왔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 주요 은행주들이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에서 어긋나지 않은 데다 업황 개선의 움직임도 뚜렷해서다. 연말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은행주가 강세로 전환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주가의 급등락에 지친 투자자들이 은행주처럼 비록 상승폭은 크지 않더라도 일정한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손의 떡, 배당과 실적

하나금융지주는 27일 전 거래일보다 5.57% 오른 3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4.19%), 기업은행(3.97%), 우리금융(3.83%), 신한지주(2.14%) 등도 2~4%포인트씩 주가가 뛰었다.

연말 배당·실적개선…은행株 담을때 왔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로 은행주에 대한 불안 심리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KB금융은 지난 3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난 45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도 시장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30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효과가 은행주 실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손준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가 나오면서 은행주들이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탔다”고 말했다. 전배승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이 늘고 있는 반면 대손비용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주요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들의 배당 매력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12월 기말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50원보다 30%가량 늘어난 324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기말 배당이 없었던 우리금융은 주당 323원, 신한지주는 전년보다 100원가량 늘어난 주당 768원을 기말 배당금으로 쓸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생명, 삼성카드, 대신증권 등 은행 이외의 금융주들도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주들은 정부 시책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실적이 나쁘지 않은 데다 정부도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배당 보따리를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곡점 맞은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3% 오른 1931.97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 상승 폭은 크지 않았지만 정유, 화학 등 그동안 주가가 조정을 받은 업종이 일제히 반등했다. 대한유화가 9.08% 오른 것을 비롯 에쓰오일(7.40%), 롯데케미칼(7.11%), SK이노베이션(6.52%), 금호석유(5.09%)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LG화학(3.54%), 한화케미칼(3.70%)도 3%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재산업주의 실적과 업황을 종합해 보면 단기적으로 ‘바닥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소재산업주는 은행주와 달리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누적된 투자자들의 실망을 돌릴 만한 계기는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송형석/김동욱/이고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