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카, 도심을 달린다
기아자동차가 2008년 쏘울을 출시했을 때 정체성 논란이 있었다. 세단이라고 하기엔 키가 좀 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고 해도 몸집도 작고, 디자인도 도심형이어서다.

쏘울처럼 세단과 SUV, 또는 세단과 쿠페 등을 섞어놓은 듯한 차들을 ‘크로스 오버’ 차량이라고 부른다. 쏘울은 국산 1세대 크로스오버 격이다. 쏘울은 ‘장르가 애매하다’는 일부의 우려를 딛고 지난달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퇴근부터 쇼핑, 운송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 덕분이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포프 모빌’로도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서민성과 실용성에 있었다는 얘기다.

마세라티 성장 이끄는 ‘스포츠세단’ 기블리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쏘울과 같은 크로스오버 차량들의 인기다. 중저가 차량뿐만이 아니다. 고급 차량에서도 크로스오버 인기세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의 스포츠세단 기블리다. 기블리는 가격이 9890만원(디젤)에서 1억3260만원(S Q4)이다. 마세라티 브랜드 중 가장 가격대가 낮지만, 마세라티의 스포츠카 DNA를 내면에 유지하면서도 겉모습은 중후한 세단 스타일을 갖췄다는 점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카와 세단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층을 형성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대부분 모델이 1억원을 넘는 럭셔리 브랜드로 2012년까지 국내 판매량이 50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20대, 올 상반기 280대로 껑충 뛰었다. 그런 성장세의 주역이 바로 기블리다. 마세라티 공식 수입사인 FMK는 지난 5월 출시한 기블리 디젤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하반기에 총 400대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심형 ‘CUV’ 전성시대

SUV를 기반으로 삼아 도심형으로 변신한 크로스오버 차량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라는 용어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QM3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CUV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9923대로, CUV의 형님 격인 쏘울(3437대)이나 한국GM 트랙스(7443대)를 앞섰다.

QM3도 쏘울처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쏘울이 박스카 스타일이라면 QM3는 곡선이 많이 써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1.5L 디젤 터보 엔진을 장착한 QM3는 18.5㎞/L에 달하는 연비가 강점이다.

한국GM의 트랙스는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대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20.4㎏·m의 성능을 보여준다. 2L급 중형차 수준의 주행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연비가 20%가량 높다는 것이 한국GM 측의 설명이다.

수입차들도 CUV 공세

수입차들도 CUV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 6일 첫 CUV인 NX300h를 국내에 출시했다. 하이브리드의 원조 도요타가 내놓은 하이브리드 CUV다. 직선 도로, 커브길, 눈길 등 주행 상황에 맞게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E-4’를 장착했다.

크로스오버 카, 도심을 달린다
랜드로버의 CUV 이보크(사진)는 ‘쿠페 SUV’라고 불릴 정도로 유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납작한 2도어 차량을 일컫는 쿠페를 연상시킬 정도로 앞부분은 길고 뒷부분은 물 흐르듯 처리한 독특한 디자인 덕에 2012년 세계 자동차 기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국내에 소개된 2014년형 이보크는 9단 자동변속기와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액티브 드라이브라인을 장착해 연비를 직전 모델보다 12% 향상시켰다. 2.2L 디젤 터보 엔진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13.3㎞/L다.

‘세단같은 쿠페’도 인기
크로스오버 카, 도심을 달린다

‘세단같은 쿠페’, ‘쿠페같은 세단’을 콘셉트로 하는 크로스오버 차량들도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아우디는 기본 세단에 짝수를, 쿠페에는 홀수를 붙이다. A4·A6·A8 등은 세단이고, A4를 기반으로 한 쿠페는 A5, A6 기반 쿠페는 A7등의 이름을 붙인다. 아우디는 일부 쿠페들에 4도어 또는 5도어를 적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5도어 쿠페인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아우디 내에서 A6 3.0 TDI 콰트로와 A4 2.0 TDI 등 전통적인 인기 모델들에 이어 3위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439대에 이어 올해 9월까지 1425대 팔려 작년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세단을 기본으로 한 크로스오버의 대표 격에는 폭스바겐의 CC(사진)가 있다. CC는 ‘Comfort Coupe(편안한 쿠페)’의 약자로, 폭스바겐은 세단인 파사트를 기반으로 유선형 디자인을 더한 CC를 만들었다. 세련된 외관과 함께 2L 디젤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가 15.3㎞/L, 고속도로연비가 17.6㎞/L에 달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