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을 핵심 의제로 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23일 베이징에서 폐막했다.

폐막 직후 공개된 4중전회 공보(이하 공보)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가통치를 공고히 하겠다”며 법치 강화를 천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최고인민법원 산하에 순회법정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행정구역을 초월한 인민법원과 검찰원 설립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산당은 아울러 법관의 판결과 공무원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 종신책임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입법도 개혁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후 추진해온 부패 척결과 경제구조 개혁 가속화에 필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모든 의법치국을 공산당이 주도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혀 진정한 법치 실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비판도 여전하다.

◆행정구역 초월 법원 설립

의법치국은 공산당이 1997년 15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통치전략이다. 이번 4중전회에선 이를 전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사법의 공정성 강화 조치에 주목한다. 중국 공산당은 우선 최고인민법원 산하에 순회법정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최고인민법원이 7개 순회 법정을 마련해 사형 사건을 심사하는 한편 여러 지역을 포괄하는 중대한 민사·경제 사건과 기타 중요한 사건,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과 행정소송 등을 담당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아울러 행정구역을 초월한 인민법원과 검찰원 설립 등을 추진하는 한편 검찰이 기소하는 공익 소송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권 및 검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공직자가 사법 절차에 관여하거나 사건에 간섭할 경우 책임을 추궁하고 사법 종사자의 법이 정한 직무와 권한을 보장키로 했다. 지방정부가 지방법원에 간섭해온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사법개혁을 추진키로 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 부재가 법치주의 실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199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사법개혁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법관의 전문성 제고, 법원 운영의 선진화 등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방정부와 지방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지방법원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각각 행사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법원의 종속 문제는 손대지 못했다. 지방법원의 이 같은 독립성 부족은 법과 사실을 무시한 지역 이기주의적 판결, 지방 관료의 부패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도출한 개혁방안은 기존의 사법개혁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한국 대기업 중국법인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부족해 사업계획을 수립할때도 늘 법률 리스크를 점검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사법제도가 개선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재량권도 제한

이번 회의에선 또 행정기관의 종신책임 추궁 제도를 시행하고 행정권의 제한과 감독도 강화키로 했다. 이와 관련, 행정재량권 기준을 보완하는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또 “행정업무 공개를 원칙으로 비공개를 예외로 한다”는 방침 아래 정무(政務) 정책결정, 집행, 관리 등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공개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대중을 참여시키고 전문가 검증과 리스크 평가 및 합법성 심사, 집단토론 등을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의법치국’은 결국 중국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공보에서도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근본 특징이며, 사회주의법치를 보장하는 가장 근본”이라고 명시했다.

◆저우융캉 처리 언급 없어

중국 당국이 공개한 공보에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에 대한 당적 박탈 등의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장제민 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 리둥성 전 공안부 부부장 등 중앙위원 2명과 리춘청 전 쓰촨성 부서기, 양진산 중앙군사위 위원, 왕융춘 전 중국석유 부총경리, 완칭량 전 광저우시 당서기 등 모두 6명의 당적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이들의 당적 박탈로 공석이 된 중앙위원 자리에는 마젠탕 국가통계국장, 왕쭤안 국가종교국장, 마오완춘 산시(陝西)성 상무위원이 임명됐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