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없이 정확한 수술…안전성 2배 '쑥'
그러던 중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됐다. 진단 결과 퇴행성관절염이 거의 말기로 접어든 상황이었다. 급기야 윤씨의 자녀들은 수소문 끝에 강남연세사랑병원의 ‘맞춤형 인공관절’을 어머니께 권했다. 절개 정도를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수술 한 달 전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윤씨의 무릎 관절을 3차원(3D)으로 파악했다. 3D 프린터를 토대로 윤씨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인공관절 절제 가이드’를 제작한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6개월이 지난 요즘, 윤씨는 집 주변을 한 시간 이상 산책하는가 하면 자녀가 맡긴 손자를 키우는 재미를 느끼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고령화 사회, 퇴행성관절염 급증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중·노년층 대다수가 앓고 있는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을 악화시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퇴행성관절염의 주 원인인 연골은 무릎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노화 혹은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손상되면서 닳게 된다. 문제는 연골이 한 번 닳기 시작하면 자체적으로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맞닿는 퇴행성관절염 말기까지 진행되면 불가피하게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 대신 인공세라믹이나 금속재질 등으로 제작된 인공관절을 무릎 내에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기 때문에 극심했던 통증이 사라지고, 재활치료를 통해 다리 근육이 늘어나 힘이 생기게 된다.
3D프린터로 관절 손상 파악, 정확도 높여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수술은 미리 제작된 인공관절을 손상된 관절 부위에 끼워넣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무릎 모양이나 손상된 정도는 무시됐다. 하지만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먼저 의료진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로 무릎 관절을 찍어 컴퓨터를 이용해 3D 영상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체적인 영상을 3D프린터를 이용해 ‘가이드(guide)’라 불리는 절삭유도장치를 제작한다. 이 수술의 핵심이 바로 이 절삭유도장치다. 의사는 이 장치를 설계도 삼아 환자의 손상된 관절 모양·위치·각도·크기 등을 정확하게 제거한 뒤 인공관절을 갈아 끼운다.
3D프린터를 이용한 관절수술을 ‘개인 맞춤형’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권오룡 강남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센터 부원장은 “관절 모양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이식한 인공관절의 각도가 잘 맞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없다”며 “가이드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을 이용해 수술 정확성을 기존 시술에 비해 두 배가량 높였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이 짧아지면서 폐부종·하지정맥혈전증·폐색전증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정렬 오차 없이 수술 시간도 단축
무릎관절은 사람마다 모양이나 구조가 다르다. 인종, 생활습관,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관절의 모양도 달라진다.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은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같은 수술법을 적용했다. 특히 인공관절을 삽입할 위치를 잡기 위해 관절 부위를 잘라내면서 인대 및 근육, 힘줄 등 주변 연부조직이 손상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미리 3차원적인 이미지를 통해 환자의 무릎 모양과 중심축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제작된 수술도구를 통해 잘라낼 손상 조직의 위치와 각도를 정밀하게 정할 수 있어 하지정렬의 오차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정렬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적고, 수술시간도 단축되는 이점이 있다.
인공관절 수명 5~10년 정도 연장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인공관절의 수명도 늘린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명은 15년 정도. 이마저도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기간은 짧아진다. 인공관절이 감당하는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한쪽이 빠르게 닳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공관절 수술은 재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65세 이상 고령층에만 권했다. 김용찬 강동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센터 원장은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삐뚤어진 관절 모양을 바르게 자리잡도록 해 인공관절의 안정성을 높인다”며 “인공관절의 사용 기간도 5~10년 정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을 잘 받아도 재활운동을 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김 원장은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야 통증이 줄고,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걷기·수영·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도 인공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반 다리를 하면 관절에 무리가 따른다. 관절에 전달되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체중관리도 중요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