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北과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
바티칸 찾아 교황 면담 "한반도 평화 기도해달라"
양국 정상들은 우선 패션 디자인 전자산업 등 두 나라가 강점인 분야에서 기업들 간 공동 연구개발(R&D) 및 기술이전, 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이탈리아 경제개발부) 간 포괄적 MOU를 맺자는 데 합의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규모에 비해 교역이 적은 양국 간에 교역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간 MOU가 체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이탈리아의 패션 및 섬유 디자인 분야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4건의 MOU를 맺었다. 안 수석은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패션 등 생활산업이 명품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명문 장수기업이 많은 이탈리아의 가업승계와 기술축적 경험을 전수받기 위한 MOU도 체결해 국내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이와 관련, 한국 청년 인턴들이 이탈리아 장인기업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KOTRA와 이탈리아 장인기업협회 간 MOU도 체결됐다.
두 나라는 또 기업 간 교역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KOTRA와 이탈리아 무역공사 간 정보교류 협력 제휴도 맺었다. 이를 통해 양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정보를 서로 공개해 상호 투자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두 나라 기업들이 제3국에 공동 진출할 경우 금융 조달이 쉽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개별 기업 간 MOU로는 SK텔레콤이 이탈리아의 1위 완구업체인 지오치그룹과 교육용 로봇을 공동 개발해 유럽 시장에 판매키로 하는 제휴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이는 지난 8월 교황 방한에 대한 답례 차원이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매주 수요일 아침에 일반인을 만나는 건물인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과 단독으로 한 시간가량 면담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일된 한국에서 교황님을 다시 뵙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교황은 “동북아 평화와 화해,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같이 기도합시다”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로마 방문에 앞서 밀라노에서 열린 ASEM 회의 도중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FTA와 관련, “연말까지 협상 타결을 이루도록 독려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ASEM 자유토론에서 “최근 북한은 남북고위급대화 개최에 합의했지만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일어나 한반도 상황이 다시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은 이중적인 면에서 벗어나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고 했다.
로마·밀라노=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