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 2%까지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 재정 확대와 맞물려 저성장 탈출을 도울 약(藥)이지만 다른 측면에선 독(毒)이기도 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 가계부채 급증 등은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로 25bp(1bp=0.01%포인트)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월~2010년 6월 기록했던 역사적 저점(연 2%)으로 4년4개월 만에 돌아간 것이다.

<심각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기 직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심각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기 직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오류가 있었다는 한은의 자가 진단과 함께 이뤄졌다.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7월 전망)에서 0.3%포인트나 내린 3.5%로 제시했다. 3분기 이후 회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자와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금리는 이처럼 부진한 경기를 살려낼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원고-엔저를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4분기에 5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도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림자도 그만큼 짙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부동산시장의 규제 완화와 거래 증가 등으로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고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으면 앞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불안 요인은 또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2조원 넘게 이탈한 것은 저금리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내외 금리 차가 줄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 쪽으로 기조가 바뀌면 자본 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이미 빠져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당시 초저금리가 일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초저금리는 오랜 저성장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며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