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후보가 16일 7명에서 4명으로 압축된다. 역대 KB금융 회장 선출 땐 한참 전에 유력 후보가 1~2명으로 좁혀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후보들이 저마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회추위원 설득할 필살기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리더십, 전문성, 글로벌 역량 등을 차기 회장 요건의 주요 심사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장점도 이 대목에 집중되고 있다.

리더십 측면에서는 내부 출신자들이 점수를 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내분사태로 촉발된 회장 선출인 만큼 내부를 잘 아는 후보가 KB금융을 화합으로 이끌고 혼란을 진정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다. 국민은행 노동조합 등 KB금융 내부의 거부감도 크지 않다.

황영기 후보(62·전 KB금융 회장), 윤종규 후보(59·전 KB금융 부사장), 김기홍 후보(57·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지동현 후보(56·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4명이 내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최고경영자(CEO)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전문성은 대부분 후보들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금융계 경험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걸 후보(66·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는 은행, 캐피털사, 증권사 등에서 근무하며 금융업무 전반을 보는 전문성과 내공을 갖췄다. 김기홍 후보는 은행과 보험 두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인정받는다. 양승우 후보(65·딜로이트안진 회장)도 금융산업의 기본 인프라인 회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남다른 전문성이 강점이다. 지동현 후보 역시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금융 전반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험에서는 하영구 후보(61·한국씨티은행장)와 황영기 후보가 앞선다는 평가다. 하 후보는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을 오랜 기간 이끌어 글로벌 감각을 높이 평가받고 있어 KB금융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계인 파리바은행과 미국 BTC은행에서 근무한 황영기 후보도 국제감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약점 극복해야 ‘4강’ 합류

‘4강’에 합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후보 본인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의 경우 ‘외부 지지설’이 흘러 나온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공언한 만큼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후보는 과거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거 징계가 법적으로 회장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만큼 이를 잠재우는 모습이 필요하다. 15~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도 지켜봐야 한다. ‘KB사태’의 주역들이 잇따라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한편 회추위는 16일 압축한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오는 22일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내정할 예정이다. 이어 29일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11월21일 열린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