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감염자의 연속 출현으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의 위기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행정 당국의 연속 '헛발질'이 주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연 에볼라 전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댈러스 시와 댈러스 카운티 당국은 에볼라 환자 발생 후 텍사스주 보건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텍사스건강장로병원 등과 공조하면서 에볼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대민 홍보와 사전 대책 수립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13일(현지시간) 댈러스 모닝 뉴스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던컨을 치료하다가 전날 CDC에서 두 번째 에볼라 감염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여자 간호사는 증세가 심해지자 스스로 차를 몰고 병원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에볼라 감염 대상자의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해 차단에 주력해야 할 당국이 이와 관련한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내 에볼라 첫 감염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이 사망한 지난 8일, 던컨의 집에 잠시 발을 들였던 댈러스 카운티 경찰국 소속 부보안 관 마이클 모니그는 댈러스 카운티 의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에볼라 유사 증상을 호소했으나 가까운 병원에 가 진료를 받으라는 답변을 들었다.

권유대로 모니그는 댈러스 인근 프리스코의 한 병원에 가서 에볼라 증상을 밝힌 뒤 곧바로 격리돼 텍사스건강장로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모니그는 정밀검진 결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났으나 '에볼라 숙주'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한 행정 당국의 무사안일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가 늘고 있다.

텍사스대학 공중보건학과장인 조지프 매코믹 박사는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받는 환자는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의료진이나 당국 자에 의해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특정 장소에 피해 있어야 한다"며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에볼라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환자를 그 자리에 두고 누군가가 가서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것은 기본 지침"이라면서 "당국이 또 한 번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댈러스 카운티 보건 당국은 의료진의 오진으로 촉발된 에볼라 사태 해결 과정에서 한 박자 이상 느린 대처로 구설에 올랐다.

당국은 던컨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나흘이 지난 뒤에야 에볼라 바이러스의 '온상'인 그의 집에 유해물질처리반을 투입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사이 던컨의 동거인 4명은 구호물자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가택 연금된 것으로 드러나 인권 문제마저 불거졌다.

또 댈러스 보건 당국은 사태 초반 던컨이 접촉한 사람의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난맥을 보였다.

당국은 여성 간호사의 에볼라 확진 판정이 나오자마자 그의 아파트에서 유해 물질을 폐기처분하고 그의 집 주변 거주민에게 에볼라 발생 상황을 알리는 긴급 전화를 돌리기도 했으나 사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당국은 여성 간호사와 최근 접촉한 사람이 1명이라며 그의 추가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까지 던컨과 접촉한 사람 중 감염 우려 대상자는 48명, 던컨을 치료하다가 감염된 여성 간호사처럼 전염 우려에 휩싸인 의료진은 51명으로 당국은 최대 100명의 증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던컨과 직접 또는 간접 접촉한 이 가운데 추가 감염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은 던컨과 여성 간호사가 격리 치료를 받기 전까지 접촉한 사람들의 에볼라 잠복기(2∼21일)가 끝나는 19일, 31일을 에볼라 확산의 최대 고비로 보고 추적 검사에 전력을 쏟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