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용 엑스선 촬영장치를 생산하는 디알젬(대표 박정병·사진)은 지난 9월2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다국적 의료기기업체 세데칼(Sedecal)과의 특허분쟁 소송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세데칼은 엑스선 장비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연간 매출만 4000억원에 달한다.
세데칼 미국법인은 2010년 7월 디알젬이 생산하는 진단용 엑스선 촬영장치 핵심부품인 엑스선 제너레이터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엑스선 제너레이터는 엑스선장치 전력공급기기다. 특허소송이 제기됐을 당시 디알젬은 매출 50억원 정도의 작은 업체였다. 독자 개발한 엑스선 진단장치로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판로를 넓혀가는 중이었다. 이 회사 매출은 2012년 130억원, 지난해 19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24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80여개국에 판매 중이다.
지난 4년간 소송 끝에 미국 법원은 “디알젬이 세데칼의 엑스선 제너레이터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디알젬의 엑스선 제너레이터 기술은 세데칼의 기술과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자체 개발한 독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병 디알젬 대표는 “이번 특허 소송은 연간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쟁이었다”며 “신기술을 가지고 판로를 넓혀가는 중소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판로가 이런 부당한 특허소송으로 막혀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끈기 있게 버텄다”며 “하루 1000만원에 달하는 현지 변호사비를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우수하면서도 저렴한 변호사를 섭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디알젬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 소송비로 10억원 가까이 썼다고 전했다. 비용 중 2억~3억원 정도는 행정절차를 거쳐 세데칼사로부터 받게 된다.
박 대표는 “이번 소송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현재 특허소송 중인 국내 다른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상담해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