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 연천지역에서 대북 전단(삐라)을 두고 발생한 총격전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북한 최고위 실세 세 명이 방한한 이후 해빙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1주일도 안돼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남북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기로 했던 남북 2차 고위급 접촉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신뢰 프로세스’도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북한이 쏜 총탄이 우리 측 민간인까지 거주하는 지역에 떨어진 것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4년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격 의도와 관련, 삐라 살포에 대해 우리 측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단호한 태도를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포격은 우리 측에 당장 인명 손실은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대북 전단 살포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에 대해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도발 성격이 강하다”며 “부가적으로 우리 사회에 삐라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간 긴장 관계를 형성해 삐라 살포를 둘러싼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위급을 파견했음에도 5·24 조치 해제 등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자 군사 도발로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한 극단적 방식의 대남 압박을 통해 대화의 판을 유리하게 가져가고 결과가 여의치 않으면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더욱 높이는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는 얘기다.

우리 군과 전단을 띄운 지점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북 전단을 노렸다는 점에서 북한이 남북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총격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은 50% 정도로 예상한다”며 “재개되더라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될 의제도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2차 접촉에서 북한이 삐라 살포에 초점을 맞추면서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남북한의 근본적인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해법을 둘러싼 박 대통령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북한의 잦은 군사 도발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언급한 모자보건지원사업과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적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