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악화가 증시에 ‘실적 쇼크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임주 부품주 등 정보기술(IT)주, 의료·바이오주 등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의 ‘포화’를 피해 ‘실적 안전지대’로 먼저 대피한 업종으로 꼽힌다.
○밀려오는 ‘실적 공포’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75% 하락한 11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2만4000원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1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줄면서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진 탓이다.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장주’ 삼성전자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다른 기업의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피터유 BNP파리바증권 연구원이 “삼성전자가 3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최악은 피한 만큼 ‘공포지대(fear zone)’를 벗어나고 있다”고 했지만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주요 업종 대표주들이 ‘공포지대’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부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예상치는 90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 달 새 추정치가 3.3% 떨어졌고, 두 달 동안 6% 내렸다. 임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되는 등 악재가 더해질 경우 추가 하향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주 등 IT, 바이오 성장 예상

상장사 실적에 총체적으로 먹구름이 끼면서 투자자들은 ‘모래 속 바늘 찾기’ 마냥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실적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내는 종목은 그만큼 반등폭이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 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는 IT(삼성전자 제외), 의료·바이오 등이 꼽혔다. IT업종 중에선 게임주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컴투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2배 늘어난 4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전체 상장사 중 영업이익 증가 예상 종목 1위를 차지했다. 게임빌도 영업이익은 172.22%, 매출은 83.11%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게임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부품주인 한미반도체도 중국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하면서 매출이 101.51%, 영업이익이 579.03% 뛸 것으로 예상됐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바텍과 보톡스 전문업체 메디톡스 등도 실적개선 예상 종목에 꼽혔다.

○내수주에 대한 기대감↑

증권, 음식료 등 방어적 성격의 내수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껴 있는 만큼 수출 중심의 기업보다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불황에 시달렸던 증권사들은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3분기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삼성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2.41%, 우리투자증권은 210.9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 CJ제일제당, 빙그레, 매일유업 등 음식료주도 실적 호조 가능 종목으로 분류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