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사업 부문을 둘 이상으로 쪼개는 ‘스핀오프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이베이와 휴렛팩커드(HP)가 분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정보 보안업체 시만텍도 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시만텍이 보안 부문과 데이터 저장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쪼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은 게 좋다"…글로벌 기업들 '分社 열풍'
기업들이 스핀오프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압박 때문이다. 미국 기업인들은 한때 덩치가 큰 것을 무조건 좋다고 여겼다. 한지붕 안에 여러 사업 부문을 보유하면 외부 환경이 갑자기 변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부문별 실적 압박이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이 더 절실해졌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기업이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분할한 규모는 1조6000억달러(약 1718조5500억원)로 2007년의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앞서 HP는 기업용 하드웨어와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성장이 둔화된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따로 떼내기로 했다. 이베이는 디지털 결제사업을 담당하는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했고, 펩시는 음료와 스낵 부문 분사를 검토 중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주주들로부터 의료기기 부문과 파워플랜트, 항공 엔진 등을 떼어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WSJ는 헤지펀드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기업들의 스핀오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는 기업들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최고경영자(CEO)의 거취 등 기업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HFR에 따르면 현재 헤지펀드의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1110억달러(약 118조1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기업의 스핀오프 열풍에 월가 투자은행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월가 투자은행이 기업분할 수수료로 챙긴 수익은 94억달러에 이른다고 WSJ는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