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군 함정과 서로 100여발의 대응 사격을 한 뒤 퇴각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의 방한으로 남북 간 회담이 열린 지 불과 사흘이 지난 시점에 준(準)교전 사태가 발생한 것을 놓고 북한이 ‘화전양면전술’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軍, 3배 보복 원칙따라 대응 사격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오전 9시50분께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연평도 서쪽 NLL을 약 0.5노티컬마일(약 900m) 침범했다”고 밝혔다.

해군의 유도탄고속함이 북한 경비정에 경고 통신한 뒤 76㎜ 함포 5발을 경비정 근처에 쏘았다. 아군의 경고 사격에도 북한 경비정은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기관포 수십발로 대응 사격했다. 아군도 76㎜ 함포 10여발과 40㎜ 기관포 80여발을 쏘았다. 북한 경비정은 10여분 뒤인 오전 10시께 NLL 북쪽으로 퇴각했다.

비록 경고 및 위협 목적의 대응 사격이었지만 남북 함정 간에 100발 이상을 서로 쏜 것은 2009년 11월 대청해전 이후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남북 모두 조준하지 않고 사격했다”며 “우리 함정의 피해는 없고 북한 경비정도 우리가 쏜 포탄에 맞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당시 북한 함정과 우리 함정은 약 5노티컬마일(약 8.8㎞) 떨어져 있어 북한의 탄환이 우리 함정 훨씬 못 미친 해상에 떨어졌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수십발을 쏜 것에 대해 2~3배 보복 원칙에 따라 충분히 대응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이 지난 3일 ‘실세 3인방’의 방한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유화·탐색·도발·긴장’ 패턴을 반복했고 이번 도발 또한 대남 유화책을 펴면서 군사적으로 ‘NLL 무력화’를 노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상호 대응사격을 보고받고 국방위원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면서 “남북간에 상호 교전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