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 인하를 목표로 내세우며 작년 3월 출범한 ‘국민석유’가 아무런 사업 성과도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5일 “지난해 말 국민주 공모가 불발되면서 불가피하게 사업 방향을 수정하게 됐다”며 “글로벌 석유 중계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로 설립된 국민석유는 시가보다 낮게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출발할 때부터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1월에는 1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국민주 공모를 시행했으나 최소자본금(150억원)도 채우지 못해 공모에 실패했다. 당시 청약금액은 70억원가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청약금액은 전액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국민석유는 해외의 값싼 석유를 들여오기 위해 해외 트레이딩 회사와 양해각서 등을 체결했지만 사업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석유 수입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석유는 국내에 정유공장을 세우기보다 해외에서 값싼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해 기름값 거품을 뺀다는 계획이었다.

정유업계는 국민석유가 검토 중인 석유 중계사업도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 중계사업은 자금력뿐 아니라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 시황 분석 능력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셰일 가스 생산 증대로 에너지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험이 없는 신생사가 국제시장에서 석유 중계 사업을 벌이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애초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근거가 약한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뚜렷한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출범했던 만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주요 정유사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사업 부문에서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석유 사업을 주도한 이 전 장관은 최근 사회복지단체 ‘인간의 대지’ 이사장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