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닦기 작업으로 분주한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 공사현장. 남윤선 기자
터 닦기 작업으로 분주한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 공사현장. 남윤선 기자
지난 2일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 공사 현장은 거센 빗속에서도 분주했다. ‘미래를 꿈꾸는 첨단연구단지, LG 사이언스파크’라는 문구가 적힌 큼지막한 펜스 뒤편에선 터 닦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일대에서 오랫동안 택시를 몰았다는 김모씨는 “예전에는 비만 오면 물이 고여 거의 쓸모없는 땅이었는데 최근 아파트와 상가가 잇달아 들어서고 짓기만 하면 다 팔리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놀라워했다.

마곡동이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두뇌’로 거듭나고 있다. LG그룹은 마곡산업단지 내 17만㎡(약 5만3000평)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까지 대규모 연구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23일 구본무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과 정부·서울시 고위 관계자 등이 참석해 기공식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사이언스파크의 기본 콘셉트는 ‘융·복합’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연구개발(R&D)센터를 한곳에 모아 서로 협력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LG전자(1조2693억원) LG하우시스(1342억원) LG이노텍(3017억원) 등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11개 계열사의 R&D 직원 2만여명이 상주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가산동에 있는 MC(휴대폰)사업본부 R&D센터가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이 밖에도 계열사 간 시너지가 필요한 전기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의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마곡 사이언스파크 안에 태양광발전소와 LED(발광다이오드) 전구(LG전자), 에너지저장장치(LG화학), 전기차 충전 인프라(LG CNS) 등 계열사들이 만드는 친환경 제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서울 우면동 서초동 가산동 등에도 R&D센터가 있다. 지난해에는 도곡동에 19층 건물을 사들여 TV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연구센터로 쓰기로 했다. 서울대에도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여기에 마곡동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서울에서 근무할 연구 인력은 5만명이 넘는다. LG그룹 관계자는 “서울에 R&D센터를 두는 가장 큰 목적은 우수 인재 영입”이라며 “연구 인력들이 최고 환경에서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곡동에는 LG 외에도 롯데 넥센 대우조선해양 이랜드 등이 본사나 R&D센터를 짓는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지형적 특성을 활용해 단지 한가운데에는 대형 호수공원이 들어선다. 인근 신축 아파트는 거의 10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가들도 앞다퉈 증축이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서울에서 소외됐던 강서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