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를 겨냥해 도입한 의약품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전년 대비 의약품 사용량이 30% 이상 또는 매출이 50억원 이상 늘어난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까지 깎는 제도’다.

변변한 국산 신약이 없던 2006년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주요 타깃은 다국적 제약사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로 나가는 국산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사용량이 늘어 약값이 내려간 국산 신약이 ‘떨어진 가격을 기준’으로 해외 업체와 수출 협상을 하면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양약품의 위궤양 치료 신약 ‘놀텍’은 사용량·약가 연동제로 가장 가파르게 가격이 내려갔다. 14호 국산 신약인 놀텍은 2009년 첫 출시 당시 알당 1405원이었으나 가격이 계속 깎여 올해는 최초 가격보다 15% 떨어진 1192원에 책정됐다. 이 약은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위궤양 치료제로 출발했으나 적용 범위를 역류성식도염 등으로 확대하면서 사용량이 늘어나 약값이 깎였다. 15호 신약인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도 올초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돼 보험 등재 가격이 떨어졌다.

이런 국내 가격체계 때문에 보령제약은 국내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한 터키와의 수출 협상을 막판에 포기해야 했다. 지난 6월 브라질 수출계약을 체결한 일양약품도 낮아진 국내 가격 때문에 아직도 최종 가격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내놔 이익을 회수한 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다국적사와 국내 업체의 처지는 다르다고 말한다. 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다국적사와의 역차별 문제 때문에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