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의 대담한 도전이 28년 만에 큰 결실로 마무리됐다. 거의 뛰지도 못하고 몸만 풀다가 끝난 후보선수들에게도 찬사가 돌아가야 하고, 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도한 코칭스태프에도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낸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와일드카드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힌 골키퍼 김승규(24살, 울산 현대)다.



23살 연령 제한보다 겨우 1년 정도 먼저 태어난 재목이기에 그가 이룩한 결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정성룡(수원 블루윙즈)의 그늘에 가려져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월드컵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벨기에와의 맞대결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비록 그 경기에서 실점하기는 했지만 김승규의 슈퍼세이브 순간들은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깊게 각인된 것이 사실이다.



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에 뛰라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광종 감독과 이운재 골키퍼 코치의 부름을 받고 입은 대표팀의 1번 유니폼은 정말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정식으로 개막하기도 전에 시작한 축구 종목 일정에서 말레이시아와의 A조 첫 경기(3-0 승리)부터 2일 밤 늦게 끝난 결승전(한국 1-0 북한)에 이르기까지 김승규의 슈퍼세이브는 놀라웠다.



북한과의 긴장감 넘치는 결승전은 그의 순발력을 시험할 정도로 위험한 장면은 많지 않았다. 경기 시작 18분만에 북한 공격수 리혁철의 헤더 슛이 날아들었을 때 김승규는 몸을 날려 안정적으로 그 공을 잡아냈다.



후반전에 북한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서현욱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때릴 때, 가장 아찔했을 테지만 김승규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의 공격이 거듭되는 순간에도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짓하며 말로 도와주기도 했다.



승부차기를 준비해야 하는 연장전 후반 마지막 순간에 임창우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자 가장 기뻐했던 선수도 김승규였다.



▲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무릎을 꿇고 무실점 우승을 기뻐하는 아시안게임 한국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사진 = 한경DB)



사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이번 대회 최대의 돌풍을 일으키고 올라온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뼈아픈 실점을 여러 개 했을 지도 모른다. 결승전 진출은 커녕 이른바 아시아 축구 변방국 태국에게 안방에서 졌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승규의 결정적인 슈퍼세이브들은 결과적으로 봐도 금메달의 가장 소중한 밑거름이었다. 태국의 간판 미드필더 차푸이스의 결정적 슛 2개(68분, 79분)가 터져나올 때마다 김승규는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새처럼 날아올라 기막히게 공을 쳐낸 것이다.



비교적 많은 나이까지 뛰고 있는 골키퍼들의 연령대를 고려해도 김승규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승규로서는 숨 고를 틈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일주일 뒤에 슈틸리케호는 파라과이와의 첫 번째 평가전(10월 10일)을 치르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은 김승규의 출중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큰 무대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김승규의 무실점 금메달 기록



2014년 9월 14일, 한국 3-0 말레이시아



2014년 9월 17일, 한국 1-0 사우디 아라비아



2014년 9월 21일, 한국 2-0 라오스 [이상 A조 조별리그 세 경기]



2014년 9월 25일, 한국 3-0 홍콩 [16강]



2014년 9월 28일, 한국 1-0 일본 [8강]



2014년 9월 30일, 한국 2-0 태국 [4강]



2014년 10월 2일, 한국 1-0 북한 [결승]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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