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공기업들은 사업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대부분 실적이 예측 가능한 경우가 많아 주가가 크게 변동하는 사례가 드물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각종 세금 인상과 공공요금 정상화 움직임, 규제개혁 등 공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가 발표되면서 주가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책 재미 본 韓電…쓴맛 본 KT&G
한국전력 요금인상 ‘희소식’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2.11% 상승한 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올 들어 8월11일까지 27.63%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8월 중순부터 주춤하며 한때 4만원 선이 위협받기도 했지만 추석 연휴 이후 연거푸 상승하며 다시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전기사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 변화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 11월 전기요금이 평균 5.4% 오른 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또 한 차례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요금 인상폭이 작년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석탄가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모두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원화도 강세 기조여서 연료비 부담이 줄었다”며 “최근 전기판매 실적까지 좋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내외 모든 측면에서 순조롭다”고 평했다. 한국전력의 올 7월 전기판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4조941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KT&G·가스공사는 ‘울상’

한국전력과 달리 KT&G와 한국가스공사는 정부 정책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KT&G는 정부가 10년 만에 담배 가격을 갑당 2000원 올리겠다고 발표한 뒤 이틀 동안 8.27%나 빠졌다. 당초 담배가격이 인상되면 KT&G의 마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큰 폭의 가격 상승으로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또 정부가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추가 부과할 것으로 알려져 KT&G가 마진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지적된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수 담배 사업이 KT&G 매출의 73%(개별재무제표·2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만큼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요금 체계 변화로 발목이 잡힌 경우다. 작년 하반기 5년 만에 도시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지면서 연초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요금체계 변경으로 주가는 다시 고꾸라지는 모습이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공요금 산정 기준 개정으로 2019년까지 원가에 반영하는 감가상각비 규모가 줄어들면서 도매요금의 마진이 낮아지게 됐다”며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최근 가스 판매량도 줄어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정책 리스크 탓에 주가가 변곡점을 맞은 종목도 있다. 중국 관광객 증대 효과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질주하던 호텔신라는 대기업 면세점 영업이익의 15%를 관광진흥개발기금 명목으로 납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발의되면서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광진흥개발기금 개정안이 발의된 것 자체가 고평가 부담이 있던 호텔신라에는 큰 악재”라며 “한동안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