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車 쉬어"…주도株, 은행·건설株로 바뀐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추석 연휴 이후 증시의 주도주로 은행주와 건설주를 꼽았다. 최근 한 달 동안 주당 120만원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삼성전자는 당분간 주도주로서의 역할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대출 및 재건축 규제 완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은행주 등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은행·건설+배당

9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증권 등 9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은행주가 최선호주로 꼽혔다. 상·하한가 제한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증권주 등 이른바 ‘정책 수혜주’도 건설주와 함께 기대를 모았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유틸리티(가스·전기)와 통신주 등 배당 확대 가능성이 큰 종목이 주목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주는 하반기에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다른 투자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생겨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0bp(0.1%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초저금리 상황에서 각광받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화장품주 등 중국 소비주는 4분기 중 조정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 증가 기대가 있는 중국 소비주가 당분간 주도주 역할을 하겠지만 11~12월엔 가격 부담 때문에 정보기술(IT)주로 저가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에 3분기 실적 우려가 충분히 반영돼 있는 만큼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더 감소할지, 3분기에 바닥을 다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박스권 지속

외국인이 꾸준히 한국 증시를 매수할지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상반기에 내놓은 미니 부양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것은 한국 증시에 악재”라며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4분기에는 외국인의 신흥국 선호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머징 국가가 각광받을 것”이라며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처럼 수출 중심 국가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리서치센터장들의 코스피지수 전망은 좁은 박스권이었다. 9명의 센터장이 내놓은 추석 연휴 이후 연말까지의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종합해 보니 최저점은 평균 1981, 최고점은 2172였다.

대형주의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환율은 큰 악재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라 달러 강세가 예상되긴 하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당국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38원, 기말에는 1020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