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제선물용품박람회장을 찾은 바이어들이 남도현 버디79 사장(왼쪽)과  골프용품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도쿄국제선물용품박람회장을 찾은 바이어들이 남도현 버디79 사장(왼쪽)과 골프용품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소리 나는 야구공,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골프공을 집어 들 수 있는 퍼터, 터치스크린에 수채화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붓….’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선물용품박람회에 참가한 한국 중소기업 부스에는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해로 78회를 맞은 이 박람회에는 20개국에서 2631개 업체가 참가했고, 바이어 등 20여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한국무역협회가 중소기업진흥공단, 여성기업지원센터와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관’에 부스를 차렸다.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126개 기업이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캐릭터 제품이나 선물용 식품 등을 주로 전시한 다른 국가 기업과 달리 한국 중소기업은 재미있고 참신한 아이디어제품을 많이 출품했다.

경기 부천에 있는 버디79(사장 남도현)가 출품한 ‘실리콘 볼픽업’은 퍼터 손잡이 끝에 실리콘 소재 ‘볼 픽업’을 달아 골퍼가 허리나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그린 위 공을 자석처럼 붙여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이 회사는 골프공 1개를 넣어 허리춤에 찰 수 있는 ‘실리콘 볼주머니’와 쇼트티 롱티 마커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실리콘소재 ‘골퍼용 요술램프’도 내놨다.

이들 제품을 본 일본 기업 엔에스기기의 아베 에이지 영업부장은 “아주 재미있는 제품”이라며 구매상담을 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온 미셸 안탈(가든보태니커 구매담당)은 “미국인들도 관심을 보일 만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남도현 버디79 사장은 “전시회 기간에 매일 30여명의 바이어가 찾아와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의 제닉스크리에이티브는 야구공과 똑같이 생긴 블루투스 기능의 스피커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한상엽 과장은 “블루투스 스피커 외부를 야구공처럼 꾸미고 구멍을 여러 개 뚫었는데 디자인이 독특해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부산의 네오메드(사장 유영호)는 공기가 순환되는 신축성소재를 사용한 인솔(신발바닥재)을 내놨다. 유영호 사장은 “그동안 무릎보호대 등을 생산해 30여개국에 수출해왔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인솔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실스타(사장 전현구)는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부드럽게 그릴 수 있는 ‘터치스크린용 붓’을 선보였다. 이를 프린트하면 수채화 같은 느낌이 난다.

이 밖에 아이지코퍼레이션의 ‘일체형 케이블을 가진 스마트폰 케이스’, NUC전자의 맷돌원리(저속압착 착즙방식) 기술을 적용한 ‘쥬서’, 펀들의 ‘통풍형 반려동물 캐리어’도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NUC전자의 쥬서는 일본 TBS에서 아이디어상품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최원호 무역협회 해외마케팅지원본부 실장은 “일본 선물용품 시장은 연간 18조엔(약 175조원)에 이를 정도로 크다”며 “만성적인 무역 역조 개선에 나설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강명수 주일 한국대사관 상무관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은 무역 역조 개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값이 싸고 내구성이 좋은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비싼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보다 아이디어제품으로 편의점과 할인점을 공략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