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감백신 주도권을 둘러싼 선두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녹십자(사장 조순태)는 31일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4가 독감백신 개발을 위한 1·2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국내 독감백신 선두업체인 녹십자는 그동안 유정란 방식을 이용해 백신을 만들어왔다. 세포배양 방식은 SK케미칼이 한발 앞서 투자를 진행, 올 4분기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독감백신을 내놓을 예정이다. 녹십자가 세포배양 방식에 가세한 것은 ‘투트랙’ 백신 생산체계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세포배양 방식을 통해 4가 독감백신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4가 백신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3가 백신(세 가지 독감바이러스 예방)보다 예방효과가 높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생산한 업체는 없다.

최근 독감백신 생산방식은 전통적인 유정란 방식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기존 유정란 방식은 조류독감 등으로 인한 오염 우려가 있는 데다 배양에 6개월 이상 걸려 단기간 대량 생산에 제약이 따른다.

반면 세포배양 방식은 세계적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판데믹’ 상황에서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 배양 기간도 2~3개월로 유정란의 절반 정도로 짧다. 백신 후발주자인 SK케미칼이 세포배양 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녹십자는 유정란 방식과 함께 대유행성 독감, 조류독감 등 외부 위험요인에 따른 사태에 대비해 세포배양 방식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안동호 녹십자 종합연구소 상무는 “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 개발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며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