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고대도시 에페소의 켈수스도서관. 1만2000여권의 파피루스가 소장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서관은 생각이 모이고 전승되는 중요한 터전이었다. 살림 제공
터키 고대도시 에페소의 켈수스도서관. 1만2000여권의 파피루스가 소장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서관은 생각이 모이고 전승되는 중요한 터전이었다. 살림 제공
1972년 생리학 및 의학부문 노벨상을 받은 뇌신경과학자 제럴드 모리스 애덜먼은 인간의 의식을 ‘1차적 의식’과 ‘고차적 의식’으로 구분했다. 1차적 의식은 언어 없이도 지각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동물도 갖고 있다. 반면 고차적 의식은 1차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언어나 기호가 추가돼 2차로 만들어진 의식이다. 인간은 언어와 기호로 고차적 의식을 만들고 이로써 시간 관념을 갖게 됐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지식’이 됐고 인류 문명을 발전시켰다.

[책마을] 빅데이터 성공의 열쇠, 고대 그리스인은 쥐고 있었다
《생각의 시대》는 인간을 발달시키고 문명을 만든 생각의 근원이 무엇인지 찾는다. 이미 한 사람이 익히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면서 현대인은 이제 무엇을 배울지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의 부흥을 가져다준 것은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은유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생각의 도구다.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에겐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는 한편 새로운 것을 만들도록 한다. 각진 바위보다 둥근 바위가 굴리기 쉽다는 것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구른다는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운반에 활용하려고 생각하자 바퀴가 발명됐다. 원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선 관찰이 필수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에서 싸우기 전 이곳이 심하게 회오리치는 곳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일정한 시기에 물의 흐름이 변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를 몰랐던 왜군을 유인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저자는 “정신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 정신을 만든다”며 “문장을 제대로 쓰는 것이 제대로 된 정신 구조를 갖게 한다”고 주장한다. 지식을 습득할 때나 지식을 만들 때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이 문장이다. 때문에 항상 논리적인 문장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수(數)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고팔 때 쓰는 셈법만으로는 문명이 만들어질 수 없다. 머릿속 계산과 생각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인간이 다른 어떤 생명보다 발전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마지막 도구인 수사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한다. 죽거나 죽이는 단순 생존의 차원에선 말이 별로 필요 없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설득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필수품이란 주장엔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기원전 8세기 고안된 이 도구들이 지금 다시 쓸모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LG전자는 ‘아이디어LG’란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구글도 솔브포엑스(Solve For X)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모아 분석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빅데이터 개념을 만들었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빅데이터에서 무엇을 추려내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바야흐로 지식과 생각의 무한 순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