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취임 1년 만에 회사에서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경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는 임직원들의 자세입니다. 지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일 뿐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58·사진)은 임직원의 멘탈(정신상태)이 강해진 점이 취임 1년간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했는데 당시 준비가 미비했던 게 사실”이라며 “내부 역량을 키워 대형사 반열에 오른 뒤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업계 1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시너지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성과를 점수로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통합 후 구상에 작년 하반기를 다 보냈습니다. 인수 실패 이후 경영전략을 제대로 짜고 실행할 여유가 적었던 게 아쉽습니다. 한 단계 올라선 KB투자증권을 만들기 위해 올해 절치부심하며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스스로 성공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찾은 점은 긍정적입니다.”

▶KB투자증권만의 강점을 든다면.

“채권자본시장(DCM) 등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법인주식영업과 채권영업, 홀세일 부문이 수익의 허리를 받쳐주고 리테일 영업이 흑자를 내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게 실리적인 측면에서 업계 최강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회사 각 부문 간 시너지가 중요합니다. 작년 취임할 때만 해도 부문끼리 따로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부문 간 협력이 잘 이뤄집니다. 어느 자리에 있든 회사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이익이 골고루 나는 회사가 될 수밖에 없지요. 적자를 당연시했던 리테일 부문도 올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는 무엇입니까.

“기업금융 부문에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점입니다. DCM에서 1위를 해왔는데 순위권 밖이었던 주식자본시장(ECM) 분야에서도 업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예전에 ECM 딜은 직원들이 포기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사실 DCM이나 ECM이나 고객은 같은데 ECM이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올해는 대형 딜도 포기하지 않고 겁 없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5520억원 규모의 GS건설 유상증자의 공동 대표 주관사를 따냈을 때 정말 짜릿했습니다. 이제 고객도 우리를 인정한다는 신호였죠. 지난해 설립한 투자금융본부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상반기에만 30억원 가량의 세전이익을 올리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요.

“지난 2~3월 애널리스트들의 미공개 정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고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았던 게 고비였습니다. 직원들이 과거 관례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회사 전체를 두달여 동안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대책반을 만들어 휴일에도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결과는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거죠.”

▶KB투자증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다른 증권사와 합병하기 전까지는 질적으로 국내 최고 증권사를 만들겠습니다. 1인당 생산성,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대형화를 이뤄 국내 5~6위권에 들어간 뒤 타 증권사와 합병해 막강한 1위 증권사를 만들겠습니다.”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외연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IB 부문 규모와 활동 영역을 ‘현저하게’ 넓힐 생각입니다. 지금보다 두 배가량 더 키울 겁니다. 신재생에너지 등 투자금융 부문에 인원을 보강해 내년에는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IB 부문 수익구조가 엄청나게 달라질 겁니다. 전통적인 IB 분야에만 주력하지 않고 달라진 구조로 확고한 수익을 올리겠습니다. 리테일 부문은 이제 자신감만 확보했을 뿐 아직 약합니다. 금융 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을 십분 활용한 전략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평소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같은 꿈을 향해 전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선 믿음과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동지를 찾아 한 배를 타고 같이가는 ‘같이 경영’을 중시합니다.”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들었는데, 이순신 리더십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실 이순신 장군은 참 훌륭해서 본받기도 힘든 분입니다. 다만 해전에서 승리한 뒤 자신이 아니라 부하들에게 공을 돌린 모습이나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능력은 회사 경영에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규제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증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지수가 얼마나 오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반등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규제 문제만 해소된다면 몇 백포인트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여의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