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주방용품업체 락앤락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거론돼 왔다. 상하이에 현지법인(상하이락앤락무역유한공사)을 세우며 2004년 중국 소매시장에 뛰어든 락앤락은 코스맥스 한미약품 등과 함께 ‘중국 3대 수출기업’으로 꼽힐 정도였다. 중국 부유층 가정의 필수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시장에서 2012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락앤락은 지난 2분기 중국 매출(435억원)이 1년 전에 비해 44%나 줄었다. 이로 인해 회사 전체 매출(1028억원)도 24%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락앤락, 늘어나는 '짝퉁'에 중국 매출 반토막
○고급 브랜드의 성공신화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초기부터 펴나간 ‘고급 브랜드’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중국 소비자들에겐 밀폐용기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창업주인 김준일 회장은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었지만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은 모두 한국에서 직접 만들었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다른 국가로 내보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내걸고 중국 고가품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락앤락은 찻잎을 우려먹는 중국의 차 문화에 주목해 특화 상품을 내놓을 만큼 현지화 전략에도 충실했다.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넣은 락앤락 차통은 7000만개가 팔렸다. 때마침 중국에 ‘대장금’ 등 한류 열풍이 불었다. 드라마 속 음식 문화와 락앤락의 밀폐용기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유통망은 고급품 위주로 파는 백화점으로 특화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판치는 ‘짝퉁’…고객선물용 급감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자 ‘짝퉁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처음에는 조잡한 수준의 짝퉁이 나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전문가들이 꼼꼼히 살펴봐야만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고 품질도 괜찮은 제품이 나왔다. 가격은 락앤락의 절반이었다.

주방용품업계 관계자는 “밀폐용기는 사출 등 제조 과정이 상대적으로 쉬워 영세한 업체도 유사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락앤락은 ‘짝퉁 근절 5계명’을 내세우며 소송까지 불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시진핑 정부가 부패척결에 나서면서 뇌물 단속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락앤락 제품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사업에서 기업 선물용 등으로 판매하는 특판 매출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락앤락이 지난해 3월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선보인 유아용품 브랜드 헬로베베마저 기반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목표 매출을 100억원으로 잡았으나 85억원에 그쳤다. 락앤락은 고급화 전략으로 헬로베베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았으나 중국 유아용품 시장은 이미 해외 유명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락앤락은 향후 대대적인 사업모델 변화나 인수합병(M&A) 같은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성장성 정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 비효율 제거 나서

김 회장은 요즘 한 달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보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월 사임한 현지법인장의 후임을 뽑지 않고 자신이 직접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회장이 중국에서 주로 한 일은 ‘비효율 제거’다.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면서 나타난 낭비 요인을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영업 현장을 직접 뛰면서 대대적으로 유통망을 정리했다. 지난해 초 57개에 달했던 직영점을 27% 줄여 42개로 축소했다.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 할인점 영업도 줄였다. 대신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어 판매하는 가맹점 숫자는 늘리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집중키로 했다.

김성태 락앤락 경영지원본부 전무는 “중국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거의 끝났다”며 “중국 영업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락앤락은 중국 내 유통망을 성공적으로 정비하면 중장기적으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는 인구 100만명이 채 안 되는 중소도시가 많아 락앤락의 성공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