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4] 무너진 사회적 신뢰, 해법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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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주년 - 글로벌 인재포럼 2014 (11월4~6일)
안전자격증 시험 분석해보니
생명윤리보다 기능 평가 치중
'생명존중·안전의식' 문항 거의 없어
안전자격증 시험 분석해보니
생명윤리보다 기능 평가 치중
'생명존중·안전의식' 문항 거의 없어
‘안전관리 자격증에 안전의식은 없다.’
국가 자격증 관리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23개 안전관리 분야 자격증 필기시험에는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생명존중이나 안전의식을 묻는 문항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년간 시행된 건설안전, 산업안전, 화공안전 자격증(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필기시험 기출 문제를 25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수험서도 마찬가지다. 소방직 공무원이나 경찰 진급시험 수험서인 ‘소방학 개론’에는 ‘사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체를 접촉했다가는 추행이 될 수 있다’ ‘사전 동의 없는 응급처치 행위는 위법이 될 수 있다’ 등 인명 구조보다 ‘책임질 일은 하지 말라’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학과 교수는 “자격시험이 기능적 평가에 매몰되다 보니 가장 근본적이어야 할 생명존중이 무시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전문성만큼이나 직업윤리를 철저히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뢰와 통합의 인재’를 주제로 오는 11월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4’는 사회 통합과 신뢰 구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2013년 3월 치러진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의 5번 문항이다.
다음 중 피로 회복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휴식과 수면을 취한다
(2)충분한 식사를 한다
(3)땀을 내는 근력운동을 한다
(4)모임에 참여해 동료와 대화를 한다.
답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1)번이다.
시험은 안전관리론, 기계위험 방지기술 등 6과목에서 20문항씩 총 120문제가 출제된다. 안전의식이나 생명윤리는 첫 번째 과목인 안전관리론에서 다뤄야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년간 출제된 문제를 살펴본 결과 작업자의 안전의식이나 직업윤리를 묻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건설안전기사 시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총 6과목 중 안전과 관련된 과목은 안전관리론이 유일하지만, 20개 문항의 대부분은 책을 보지 않아도 정답 유추가 가능하거나 단순 암기 여부를 묻고 있었다. 심지어는 ‘안전교육을 할 때는 쉬운 것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어려운 것부터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는 수준의 문제도 눈에 띄었다.
해기사나 해양경찰 승진·채용 때 필요한 4급 항해사 필기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항해 당직사관의 임무’와 관련해 ‘자동조타장치에 의한 항해 시에도 선박의 진로를 확인해야 하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지’ 묻는 수준 이하의 문항도 있었다.
산업인력공단의 자격검정 업무를 총괄하는 고용노동부의 편도인 직업능력평가과장은 “안전 관련 자격증이 기술자격시험이다 보니 기술·기능적인 지식을 묻는 문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시험을 통해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안전의식과 관련한 문제를 포함시켜 출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국가 자격증 관리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23개 안전관리 분야 자격증 필기시험에는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생명존중이나 안전의식을 묻는 문항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년간 시행된 건설안전, 산업안전, 화공안전 자격증(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필기시험 기출 문제를 25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수험서도 마찬가지다. 소방직 공무원이나 경찰 진급시험 수험서인 ‘소방학 개론’에는 ‘사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체를 접촉했다가는 추행이 될 수 있다’ ‘사전 동의 없는 응급처치 행위는 위법이 될 수 있다’ 등 인명 구조보다 ‘책임질 일은 하지 말라’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학과 교수는 “자격시험이 기능적 평가에 매몰되다 보니 가장 근본적이어야 할 생명존중이 무시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전문성만큼이나 직업윤리를 철저히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뢰와 통합의 인재’를 주제로 오는 11월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4’는 사회 통합과 신뢰 구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2013년 3월 치러진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의 5번 문항이다.
다음 중 피로 회복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휴식과 수면을 취한다
(2)충분한 식사를 한다
(3)땀을 내는 근력운동을 한다
(4)모임에 참여해 동료와 대화를 한다.
답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1)번이다.
시험은 안전관리론, 기계위험 방지기술 등 6과목에서 20문항씩 총 120문제가 출제된다. 안전의식이나 생명윤리는 첫 번째 과목인 안전관리론에서 다뤄야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년간 출제된 문제를 살펴본 결과 작업자의 안전의식이나 직업윤리를 묻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건설안전기사 시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총 6과목 중 안전과 관련된 과목은 안전관리론이 유일하지만, 20개 문항의 대부분은 책을 보지 않아도 정답 유추가 가능하거나 단순 암기 여부를 묻고 있었다. 심지어는 ‘안전교육을 할 때는 쉬운 것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어려운 것부터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는 수준의 문제도 눈에 띄었다.
해기사나 해양경찰 승진·채용 때 필요한 4급 항해사 필기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항해 당직사관의 임무’와 관련해 ‘자동조타장치에 의한 항해 시에도 선박의 진로를 확인해야 하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지’ 묻는 수준 이하의 문항도 있었다.
산업인력공단의 자격검정 업무를 총괄하는 고용노동부의 편도인 직업능력평가과장은 “안전 관련 자격증이 기술자격시험이다 보니 기술·기능적인 지식을 묻는 문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시험을 통해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안전의식과 관련한 문제를 포함시켜 출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