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갓`이다. 갓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이제 사극 촬영자 외에는 거의 없는 현실. 하지만 말의 꼬리털인 말총은 다른 곳, 바로 `맛의 세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것도 다른 맛의 세계가 아닌, 전문가도 많고 취향도 가지각색인 `커피`의 세계다.









말총을 가지고 맛의 세계로 뛰어든 전통공예인, `마미체` 장인 백경현 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회계를 전공하고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에서 상무이사로 재직했다. 회계 전공자답게 꼼꼼한 성격을 가진 그는 말 꼬리털로 만든 체인 마미(馬尾)체 장인으로 활동 중이다.



체란 오래 전부터 부엌에서 사용해 오던 가루를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 데 쓰이는 용구이다. 현재도 어느 부엌에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체가 하나쯤은 걸려 있다. 그러나 마미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경현 씨는 "기록으로 볼 때 마미체는 말총으로 만든다는 갓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세마미(細馬尾)체`라 하여 도공들이 수비(水飛) 때 사용했던 촘촘한 마미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미체 공예는 이른바 전승이 불투명한 전통공예 중 한 항목으로 꼽혀 왔다.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백경현 씨는 세마미체가 상당히 고운 입자까지도 걸러내므로, 커피필터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종이필터와 거의 동일한 거름효과를 자랑한다"며 말총과 옻칠, 대나무 가지로 만든 손잡이로 이뤄진 마미체 커피필터를 소개했다.



"커피필터라고 하면 종이 필터와 융 필터, 스테인리스 필터, 그리고 드물게 플라스틱 필터가 있습니다. 이처럼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그들 나름의 특징이 있죠. 편리함과 맛 그리고 경쟁력 등 각자의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미체 커피필터는 이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키고도 남습니다."



마미체 커피필터는 무엇보다 모든 원재료가 자연에서 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00% 수제품으로, 제작 방법 역시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일회용이어서 쓰레기를 양산하는 종이 필터와 달리 마미체 커피필터는 천년을 간다는 옻칠에 썩지 않는 말총으로 만들어져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또한 인위적이거나 화학적인 일체의 잡맛을 배제한다.



백경현 씨는 마미체 커피필터의 또다른 효능도 소개했다. "커피를 마시면 수면을 방해받는 예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는 입안이 마르거나 입술이 마르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마미체 커피필터를 사용하면 전혀 문제없이 마음껏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죠."



편리성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말총으로 팽팽하게 날실을 걸고 직조의 방식으로 짠 것이므로 쉽게 세척되며, 금방 마른다. 흐르는 물에 헹구기만 하면 된다.



백경현 씨는 "마미체 커피필터의 유일한 단점은 하나를 구입하면 사무실 전 직원이 교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미체 커피필터로 대표되는 백경현 씨의 슬로푸드 사랑은 다른 방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점점 어려워지는 차 산업을 돕자는 의미로 ‘차 마시는 사회’ 캠페인에 적극 동참 중"이라고 밝혔다.



백경현 씨는 다양한 종류의 ‘마미체 차거름망’을 들고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마르쉐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미체 차거름망`으로 천이나 알미늄, 금속 성분에 접착제 등을 쓰는 기존 차 거름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커피필터와 마찬가지로 말총과 옻칠, 대나무 가지와 뿌리 등으로만 만들었으니 안심할 수 있죠."



그는 "마미체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전통 공예이자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각자 전통공예라고 칭하고 전승해오는 보편적인 공예중 하나"라고 설명하며 "세계 각국의 마미체와 비교해 봐도 우리의 마미체가 단연 으뜸이므로,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에 제작 발표하는 ‘마미체 커피필터’와 ‘마미체 차거름망’의 성공으로 전승이 불투명한 대한민국 전통공예 마미체를 살리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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