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비리 혐의로 물러났던 김문기 상지대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복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이 18일 총장으로 선임되자 이 대학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총동창회는 환영 입장을 밝혀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방(강원도 원주)의 사립대 총장 선임 문제가 교육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김 전 이사장이 사학 비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인물이기 때문. 그는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0년대 학생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민정부 사학 비리 1호’로 교육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이후 상지대는 학교 정상화를 위한 관선이사 체제를 이어왔다. 그러다가 2007년 구(舊)재단 이사 5명이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낸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김 전 이사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계기로 구재단 쪽 인사들이 학교 이사진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이사장이 상지대에 복귀하는 길을 터준 셈이 됐다.

이 판결로 상지대 관선이사로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이 정이사 자격을 잃었다. 판결을 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이 바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당시 대법관)였다.

김 전 이사장의 복귀로 내홍이 일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9일 논평을 내고 “사학분규 당사자의 복귀는 학교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며 “김문기 전 이사장의 총장 복귀보다는 덕망 있고 올바른 총장을 새로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보수 성향의 교총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교육계가 김 전 이사장의 학교 운영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사학분규 당사자가 설립자의 권한을 주장하며 학교 재단에 돌아온 케이스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 전 이사장처럼 직접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총장으로 복귀한 전례는 없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교수)은 “사학 비리로 실형까지 받고 퇴출된 김 전 이사장이 복귀하는 것은 대학의 사적 소유, 족벌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라며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면 교육계 복귀를 금지하는 등의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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