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슈퍼컴퓨터 마하를 이용해 유전체를 분석하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있다.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슈퍼컴퓨터 마하를 이용해 유전체를 분석하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있다. ETRI 제공
국내 연구진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암과 희귀병을 진단하는 국제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 발병 가능성을 확인하고 환자의 몸에 딱 맞는 약을 찾아주는 맞춤형 의료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바이오 분석에 특화해 개발한 슈퍼컴퓨터 ‘마하(MAHA)’가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의 데이터센터로 선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암 유전자 찾아낸다

ICGC는 2015년까지 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암, 희귀병과 관련된 유전체(게놈·genome) 데이터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0명을 대상으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비교해 질환별 특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사람의 염색체 23쌍을 서로 연결하면 1인당 30억개의 염기쌍이 만들어진다. 이를 분석하려면 대규모의 컴퓨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ICGC는 ETRI 외에도 미국 시카고대, 일본 도쿄대 의료과학연구소,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유럽 바이오정보연구소 등 6개 기관의 슈퍼컴퓨터를 데이터센터로 사용한다. 2015년 최종 분석 결과를 국제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발표할 예정이다.

ETRI가 개발한 마하는 초당 105조번 계산할 수 있는 105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을 갖췄다. 개인용 PC 500대를 한 번에 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저장공간은 1.5페타바이트(PB·1PB는 100만기가바이트) 용량에 달한다.

○사전 진단부터 치료까지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유방절제수술을 받았다. 어머니 등의 가족력과 유방암 관련 유전자(BRCA)를 보유한 것을 확인하고 결정한 수술이다.

졸리처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에 사전 대응하는 사람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를 분석하는 비용이 5000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으로 크게 내려간 데다 희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암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ETRI의 국제 프로젝트 참여가 의미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암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면 일반인과 비교해 암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고 병이 생겼을 때 가장 효과적인 약도 찾아낼 수 있다. 최완 ETRI 클라우드컴퓨팅연구부장은 “이번 연구 참여는 세계 주류 게놈 분석에 합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상용화 목표

ETRI는 유전자 분석을 이용한 맞춤형 의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소기업인 신테카바이오를 설립했다. 여기에 유전체 분석용 슈퍼컴퓨팅 시스템 기술을 이전했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TRI는 2011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DNA 분석 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이기도 했다. 차세대맞춤의료사업단과 함께 인간유전체 38명, 질병표적유전체 6000개를,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과는 각각 480개, 588개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1시간 이내에 개인별로 취약한 암에 대해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