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시장에도 중국산 제품의 공습이 시작됐다. 올 2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태블릿 제품은 ‘화이트 박스’. 브랜드 없는 중국산 저가 태블릿을 일컫는 말이다. 화이트 박스는 애플(사진)을 제치고 태블릿 시장 1위에 올랐다. 이들이 높아진 성능과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나가자 애플과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내년까지 태블릿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 달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태블릿 시장도 중국이 접수하나

19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이트 박스는 세계 태블릿 시장의 33%를 차지했다. 1분기 25.7%에서 7.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레노버(4.6%) 화웨이(1.6%) 등 브랜드가 있는 제품까지 합하면 중국산 태블릿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2위 애플 점유율은 25.3%였다. 1분기 28.9%에서 3.6%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폭은 더 컸다. 22.6%에서 15.3%로 7.3%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태블릿 출하량도 급감했다. 각각 1330만대와 800만대를 기록했다. 애플 출하량은 1분기(1640만대)보다 18.9%, 지난해 같은 기간(1460만대)보다는 8.9%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1280만대)보다 37.5%, 전년 동기(840만대)보다는 3.8% 줄었다. 반면 화이트 박스 출하량은 1730만대로 1분기(1460만대)는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1540만대)에 비해서도 늘었다.

중국산 제품의 부상으로 삼성전자는 태블릿 시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M(정보통신·모바일) 부문 사장은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내년엔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표는 1분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분기 21.4%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6.3%포인트로 1년 만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는 애플만이 아니었다. 화이트 박스란 복병을 만난 셈이다.

○예측 빗나간 시장

삼성전자와 애플의 태블릿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전체 태블릿 시장 성장세가 부진했던 탓이기도 하다. 2분기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5240만대로 1분기(5670만대)보다 7.6%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000만대)에 비해선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초 태블릿 시장이 올해 큰 폭으로 성장해 무르익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PC 시장이 지고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다다르자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업체들은 태블릿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측이 빗나간 것은 IT업체들이 태블릿의 유용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태블릿이 있으면 좋지만 필수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보다 휴대하기에 불편하고 노트북 PC와 같이 업무에 사용하기엔 아직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보다 교체 주기도 길다. 사용 빈도가 낮아서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노트북은 점점 얇고 가벼워지고 있는 것도 태블릿 성장세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올해 하반기 판매를 시작하는 애플 아이폰6는 처음으로 4.7인치와 5.5인치 대화면 디자인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5~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 진입하면 패블릿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