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에도 발목과 종아리가 퉁퉁 붓는 등 심한 통증이 와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CP)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했고, 1심 법원은 치료비 300만원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부터 서씨를 대리한 서 대표는 노동 능력을 75% 상실했다는 판단과 함께 1심의 100배에 달하는 3억3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냈다. 비슷한 시기, 서 대표는 땡볕훈련 등 군 생활과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병 사이의 인과관계도 입증해냈다. 서 대표가 대리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군복무 중 겪은 심한 스트레스로 잠복해 있던 루푸스병 인자가 촉발됐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 대표는 원래 병원과 의사들의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의료 소송이 전문이었다. 서울대 법대 박사과정에서 노동법을 연구한 경험을 살려 노동사건도 많이 다뤘다. 서씨 등의 소송을 계기로 통증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다. 지금까지 수행한 통증 관련 소송은 500여건. 서 대표는 “우리 사무실에 오는 통증 소송의 3분의 1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하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서 가져오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근무 경력이 각각 15년, 5년인 이상아, 유원복 간호사가 로펌 서로에 필요한 이유다.
만성 통증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 등 만성 통증의 종류가 수두룩한데도 아직도 “CRPS가 아니므로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다”는 식의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의료 통증 희귀병 보험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20명 정도의 중형 로펌으로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