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빌려 타는 시대] 속도 올리는 렌트·리스 시장 … 해결 과제는?
[ 김정훈 / 최유리 기자 ] 재산 목록 1~2위를 다투던 자동차가 겸손해졌다. '탈 것'이라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와 소유하지 않아도 대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배경이다. 내 차가 없어도 필요할 때 빌려 타고, 바꿔 타겠다는 의식이확산되고 있다. 렌트·리스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인프라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차는 감가되는 소모품"…'소유'에서 '사용'으로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보여주기 보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차를 탄다'는 의견에 소비자의 6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유보다 부담이 적은 렌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며 "차를 빌려 타는 것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차를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의 대안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차량의 교체 주기가 짧아진 점도 빌려 타는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업체 SK엔카 조사에 따르면 3~5년 주기로 차를 바꾼다는 응답자(325명 설문 참여)는 전체 28%를 차지했다. 1~3년 주기도 14%에 달했다. 전체 40% 이상 응답자가 5년 내 다른 차로 바꾼다고 답했다.

KT금호렌터카 관계자는 "차량을 재산보다 감가되는 소모품으로 인식하면서 10년 이상 내 차를 타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며 "단기간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빌려 타기에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렌트·리스 시장 성장 지속하려면…"차종 제한 허물고 주차장 확보해야"
[자동차 빌려 타는 시대] 속도 올리는 렌트·리스 시장 … 해결 과제는?
빌려 타는 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아도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금방 한계를 만나기 쉽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렌터카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렌터카 업체가 800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출혈 경쟁을 피하려면 차종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

박성광 자동차대여사업조합 팀장은 "소형 트럭이나 미니 밴 등을 대여할 수 있는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에선 차종 제한이 있다" 며 "이를 완화해야 사업 형태를 다양하게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승합차만 대여가 가능하다.

카셰어링의 경우 주차 공간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카셰어링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규제를 받아 극장, 영화관, 음식점 등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주택가나 외곽 지역은 카셰어링을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카셰어링 주차 거점은 수도권이 몰려있지만 정작 수요가 많은 곳은 대중 교통 이용이 불편한 외곽 지역" 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주차 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차장에도 장애인 주차 구역처럼 카셰어링 별도 구역을 마련하고 요금 등의 혜택을 줘야한다는 설명이다.

빌려 타는 수요자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리스 차량의 절세 효과를 악용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사업자가 업무용으로 차량을 리스하면 비용이 모두 필요 경비로 인정된다. 문제는 절세 효과를 겨냥해 이를 개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자동차 리스 비용에 대한 필요 경비 인정을 제한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필요 경비는 인정하되 한도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 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