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출업체의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에 타격을 입지만 올 2분기에는 환율 하락의 여파도 피해갔다. 이는 국내 대표 패션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토해내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영원무역이 글로벌 고객사 증가와 생산설비 확대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도 '깜짝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 국경 없는 OEM…글로벌 기업 고객 '든든'
영원무역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6%, 16.9% 증가한 3484억 원과 55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실적 예상치(매출 3165억 원, 영업이익 518억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대폭 상회한 실적을 발표했다. 연이어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이달 14일까지 10.6% 뛰었다. 18일에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오후 1시52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8.94% 오른 5만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영원무역 호실적은 주력사업인 의류 부문의 매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원·달러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8% 가량 하락했지만 의류 매출은 20.7% 늘었다.
특히 기술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이 증가했다. 1분기에 이어 독일 작업복 업체 엥겔베르트-스트라우스(Engelbert-Strauss)와 미국 아웃도어 업체 L.L. 빈(Bean), 스포츠 의류업체 루루레몬(Lululemon) 등 해외 고객들의 주문이 확대됐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력 사업인 의류 사업부문이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독엥겔베르트-스트라우스 등 신규 바이어의 빠른 성장과 기존 미주 주요 바이어들의 주문 증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OEM 업체들은 사업의 국경선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며 "OEM업체들은 기술력이 전제될 경우 글로벌 모든 기업이 바이어가 될 수 있는데, 영원무역은OEM 산업의 대표주자"라고 말했다.
◆ '생산설비 확대는 실적 개선 출발점'
생산설비를 확대한 것도 실적 호조를 이끈 주요인이다. 이 회사는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북부에 생산설비를 26% 증설했다.
영원무역은 2012~ 2013년 기존 공단 내 생산설비를 확장한 데 이어 방글라데시 한국수출가공공단(KEPZ) 내 증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3~5년 내에 KEPZ에서 약 3만 명 규모의 인력 고용이 가능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OEM 의류업체는 대체로 '생산설비 확대 이후 생산 안정화 시점'부터 실적이 한 단계 개선된다"며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수주 증가가 이어져 매출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년에 걸친 설비 라인 및 대규모 인력 확보로 2015년까지 성장 가시성이 높다"며 "KEPZ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전력·가스 인프라 개선과 일반 의류 생산 허가 등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동사의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환율 하락과 임금 상승에 대 한 부담이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이 주문을 확대하고 있다. 4분기의 경우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정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원무역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6%, 9.9% 증가한 4200억 원과 832억 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영업이익률의 경우 3분기는 동사의 성수기이지만 임금 상승률이 반영돼 과거 3개년 평균보다 낮은 19.8%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4분기부터는 판가 인상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