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6000여명 환호
참가자들 "교황님 가까이서 봐 큰 영광"
17일 오후 4시께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 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흰색 카니발 무개차를 타고 등장하자 순식간에 환호성이 터졌다. 4박5일간의 빡빡한 일정에 지쳐 있던 6000여명의 아시아 청년들은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온 교황을 이틀 만에 다시 만나자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손수건을 흔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교황은 지난 15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행사에 참가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가했다. 교황이 방한 중 한 행사에 두 번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미사에는 청년대회 참가자 외에도 국내 천주교 신자 2만3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해 전광판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해미읍성은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 수천명이 처형당한 순교지다. 천주교 신자들의 시체를 내가던 읍성 서문,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이자 이번에 복자가 된 김진후가 순교한 옥터, 순교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던 ‘호야나무’ 등이 성 안팎에 남아 있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자 점차 잦아들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장내에는 경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교황은 강론에서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은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젊은이들은 그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며 “여러분의 본성적인 낙관주의를 그리스도교적인 희망으로, 에너지를 윤리적인 덕으로, 선의를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시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죄와 유혹에 도취되지 않고 깨어있을 것도 주문했다.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 자고 있는 모습, 보기 좋지 않아요. 일어나세요”라고 말해 미사 중인데도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준비된 원고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이날 미사를 봉헌한 제단은 미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쯤에야 만들어졌다. 23개국에서 온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직접 장식한 16개의 십자가를 조립해서 만들었기 때문. 이들이 제단에 올린 십자가는 아시아 청년들의 하나 됨을 의미하며 제단이 있는 읍성 서문 옆은 조선 후기 탄압받던 신자들이 ‘천국으로 가는 문’으로 여긴 곳이다.
대회에 참가한 이린 씨(31)는 “4박5일의 일정이 기다림의 연속이라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아시아 친구들과 함께 힘든 여정을 완수한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많은 동료와 교황님을 뵙고 나니 새로운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 미사에서는 2017년에 열릴 차기 대회 개최지가 발표됐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장인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제7회 아시아청년대회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의 가톨릭 인구는 전체의 3% 수준이다.
서산=박상익/오형주/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