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내리기 힘들땐 운동·연골주사면 충분
중기 - 무릎 붓고 물 차고…관절내시경·줄기세포치료
말기 - 걷기 힘들고 다리 휘어져…인공관절수술 고려해야
관절염 치료, 장고 끝에 악수 많아
노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중 가장 심각한 것이 퇴행성관절염이다. 60세 이상 노년층의 30% 정도가 이 병으로 고생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앓게 되는 질환이라는 생각에 손 놓고 기다리거나 ‘퇴행성관절염 치료=인공관절수술’이라는 단편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요즘엔 경기불황 탓에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인공관절수술부터 제안하는 병원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봉성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은 “퇴행성관절염은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중기·말기로 나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다”며 “초기에는 주사치료나 운동요법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연골주사요법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걸을 때 무릎 안쪽이 시큰거리는 일이 잦다. 연골 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연골주사요법과 운동치료를 병행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연골주사요법은 환자의 관절에 인체의 연골·활액 구성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주입하는 것이다. 히알루론산은 연골을 보호하면서 통증유발물질을 억제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진통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연골주사의 분자량(농도)을 5배 정도 높이고, 점성을 25배 높인 주사액이 나와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종전 5회 주사에서 2~3회 정도만 연골주사를 맞으면 된다.
먹는 약으로는 글루코사민이 있다. 약효를 높이기 위해 연골 구성 성분인 황산 콘드로이틴과 함께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이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다. 글루코사민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두 가지 약을 복용하더라도 월 2만~3만원 정도면 된다.
중기에는 연골재생치료
관절 안에 물이 차거나 연골이 퇴행성 변화로 찢어지는 중기 관절염은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은 카메라가 달린 수술기구를 직접 삽입해 모니터로 관절 상태를 보면서 시술하는 치료법이다.
수술 기간이 짧고 절개 크기가 1㎝ 미만이라 감염과 통증이 적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치료법으로는 찢어지고 손상된 연골을 다듬고 관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연골성형술을 비롯해 연골 재생에 중점을 둔 치료법들이 주를 이룬다. 정 과장은 “연골 손상 부위가 적을 때는 연골 밑 뼈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서 나온 혈액 성분들로 손상된 부위를 덮어 재생하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한 무릎연골 중 체중 부하를 받지 않는 연골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을 복원하는 ‘자가연골이식술’도 있다. 연골 손상 부위가 조금 더 클 때 시행한다.
최근에는 중기 관절염에 줄기세포 치료도 많이 시행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연골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척추에 있는 골수를 채취해 줄기세포를 뽑아내고 무릎연골이 손상된 부위를 관절내시경으로 보면서 (줄기세포를) 주입한다”고 말했다.
말기 환자는 인공관절수술
심한 통증으로 걷는 것조차 힘들고 다리가 휠 정도의 변형이 오면 마지막 대안으로 인공관절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재질과 내구력이 좋은 인공관절이 개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고굴곡 인공관절은 60대 이상 환자의 생활습관을 고려해 만들었다. 종래 120도 굴곡도를 150도까지 높여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것도 가능하다. 동양 여성에 맞는 인공관절도 나와 있다. 무릎 크기가 작아 기존의 인공관절이 맞지 않는 할머니들에게 적당하다. 고령화사회에 맞춰 재질을 세라믹형으로 바꾼 인공관절도 나왔다. 코발트 크롬을 소재로 한 인공관절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표면이 매끄러워 마모도 적다. 인공관절 수명이 보통 15년인데, 25~30년까지 쓸 수 있다.
도움말=정봉성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