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을 만나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를 꿈꿨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 등 세월호 유족 4명이 참여했다.

천천히 걸으며 영접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하던 교황은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 교사의 부모 앞에 걸음을 멈췄고,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세월호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며 통역을 통해 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교황 비행기가 착륙할 때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교황에게 준비해 간 말들을 미처 하지는 못했다고 박윤오 씨는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교황을 만나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들의 죽음을 통해 만나야 하나 싶어 아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속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회개해 모든 아픔이 잊혀졌으면 하고 교황에게 기도를 전했다"고 말했다.

교황 입국과 비슷한 시각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해 듣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교황이 방한해주신다고 세월호 문제가 물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황 방한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우리와 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교황께서 깊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것을 보고 세월호의 참 의미를 모르거나 오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제대로 의미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대변인은 광화문 시복미사에 세월호 가족 농성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월호 가족 600여명이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농성 텐트는 철거할 필요 없다며 크게 부담갖지 말라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교황이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 텐데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교황에게 드리는 편지'를 전하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는 전 세계인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편지에는 참사 당시 교황이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가족 10명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

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순례 중인 세월호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가족대책위는 전했다.

광화문 시복미사가 열리는 16일에도 일부 가족들이 교황을 만나고, 17일 폐막미사에는 생존 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한다.

앞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측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면서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에 대한 강제퇴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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