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일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권에 대해 '민생과 경제 카드'를 앞세워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제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법 합의 파기에 따른 신뢰의 위기 문제를 넘어 국회가 세월호 문제에 `매몰'되면서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됐고 있다며 '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표한 서비스업 규제 완화 대책도 결국은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13일 특별법 처리를 위해 예정됐던 본회의가 불투명해지면서 파행국회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은 별도로 처리하자며 여론전을 펼쳤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 경제는 경제 불씨가 꺼지기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일자리창출, 투자활성화와 관련된 시급한 법안이 있는데 빨리 처리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별법의 정치적 이용을 배제하고 당장 급한 민생경제법안과 분리 처리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고 수사, 기소하는 게 과연 문명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가치가 맞느냐"면서 "야당은 특별법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생경제 법안을 비롯한 모든 법안의 통과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또다시 정치가 먹고사는 문제를 내팽개칠 그런 위기에 처했다"면서 "정치가 국민과 민생을 위해 존재해야지, 국민에 걱정을 끼치고 민생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의총 비공개 부분에서는 "사법체계를 훼손해서는 절대 안 되며, 야당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완강한 발언 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유기준 의원은 "재협상을 하는 것은 신뢰의 원칙을 깨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근대 사법제도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런 식이면 야당은 집권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비판했다.

정미경 홍보본부장은 "왜 야당이 협상을 깨는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수상하다"면서 "세모그룹이 다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누가 봐줬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세모그룹에 대한 부채 탕감이 이뤄졌던 사실을 들어 '비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밖에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망국의 길"(김진태 의원) 등의 거센 발언도 나왔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정신을 훼손해서는 안되며, 세월호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시급한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특별법 통과 후 신설되는 진상조사위에 특검 추천권을 주거나, 야당의 특검 추천 몫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간 특별법 재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출입기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는 "14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내지 않겠다"고 말해 대치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야당에 양보하고 국회를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성범 의원은 "야당한테 권한을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협상을 해서 야당을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야당이 협조할 수 있도록 해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여당의 가장 큰 책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이 합의를 깬 것은 정말 부당한 것"이라면서도 "세월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것을 대승적 차원에서 허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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