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대학교수가 되면 정년까지 연구 실적이 미흡하더라도 교수 지위를 보장받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연구 실적에 따라 교수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정 기간 연구 실적이 거의 없는 교수를 강의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중징계를 내린 대학까지 등장했다.

중앙대는 1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근 5년간 연속으로 교수평가 최하 등급(C)을 받은 교수 4명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교수 평가를 근거로 대학이 교수를 징계한 것은 국내에선 전례가 없다. 중앙대 관계자는 “5년간 교수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소속 전공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최소 3년간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교수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연구에 대한 태만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해 징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계를 받은 교수 4명은 올해 2학기 강의를 할 수 없다. 정직이 9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교수 징계는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뒤 추진한 개혁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중앙대는 교수 연봉제 도입과 학과 구조조정 등을 추진한 데 이어 작년 말엔 교수평가 결과에 따라 교수를 징계할 수 있도록 인사 규정과 교수업적 평가에 관한 시행계획을 개정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올해 초 “아르바이트 시급이 5210원인 학생들이 하루 8시간씩 100일간 일해야 겨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교수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을 위해 분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중앙대는 이번 징계가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며, 대상 교수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교수평가 C등급을 받은 교수들에게 앞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연구활동을 통해 논문을 쓰라는 취지의 경고장을 발송했고, 두 번에 걸쳐 부총장이 교수들을 면담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정직 1개월’이란 징계를 받은 교수 4명은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은 정교수로 전공은 인문사회계, 이공계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교수들은 자신이 그동안 논문을 쓸 수 없었던 개인적인 사정 등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규 교무처장은 “당초 더 높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교수사회는 중앙대의 이번 징계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논문을 안 쓴 교수는 아예 강의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단순히 정직 1개월을 넘어선 엄청난 중징계로 한국 대학사회에서 처음 있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학교 당국이 이미 연봉 동결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도 굳이 징계까지 결정했다”며 “이번 일로 교수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중앙대 이외 다른 대학들에서도 교수 연구 실적에 따라 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북대는 정년 보장을 받은 정교수라 하더라도 2년에 한 편 이상 논문을 쓰지 못하면 안식년을 받을 수 없고, 신임 교수 채용심사 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연구 실적에 따른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양대는 연구 실적이 나쁘면 아예 연봉을 삭감한다.

오형주/김태호/윤희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