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망 펀드로 각광받던 유럽주식형펀드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세를 타고 꾸준히 상승하던 유럽 증시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에다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비 날려버린 유럽펀드
‘슈로더유로자A’(-5.36%) ‘KB스타유로인덱스자A’(-6.64%) 등 주요 유럽펀드는 지난 한 달간 평균 5.70%의 손실률(8일·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을 나타냈다. 러시아펀드(-9.96%) 다음으로 조정 폭이 컸다. 유럽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도 -0.84%로 내려앉았다. 북미펀드가 최근 한 달간 손실률을 2.88%로 막으며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을 5.29%로 지켜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펀드 조정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펀드는 선진국 주도의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유망 해외투자상품으로 꼽히며 자금몰이했다. 북미펀드가 미 증시의 고평가 논란으로 차익실현 환매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유럽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유럽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4057억원에 달했다. 증시 조정폭이 컸던 지난 한 달 동안에도 222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된 데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질 정도로 유로존 경기 회복 강도는 약한 편”이라며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유럽 경기 둔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원도 “유로존의 회복을 이끌던 독일에서도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는 정책 강도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펀드에 추가 투자하기보다 ECB 정책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반면 ECB의 양적완화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 팀장은 “ECB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연내 양적완화정책이 시행될 경우 유로화 약세와 자산가격 상승효과가 예상됨에 따라 최근 조정을 진입기회로 삼아볼 만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