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현대카드의 '채용 파격'…자소서 문항 1개·1인당 면접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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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트랙'으로 뽑힌 3인의 인턴 성공기
'수학도' 최세민 씨
美 투자자문사 인턴경험 '어필'…주관 있으면 개인 스페셜티 생겨
'공모전 여왕' 성지영 씨
굵직한 공모전 10여곳 수상…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도전'
'브랜드 디자이너' 김세은 씨
세계적 디자인상 2차례 받아…자소서엔 한가지 스토리로 일관
'수학도' 최세민 씨
美 투자자문사 인턴경험 '어필'…주관 있으면 개인 스페셜티 생겨
'공모전 여왕' 성지영 씨
굵직한 공모전 10여곳 수상…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도전'
'브랜드 디자이너' 김세은 씨
세계적 디자인상 2차례 받아…자소서엔 한가지 스토리로 일관
신용카드에 디자인을 입혀 시장을 주도한 현대카드가 인재 모집에도 새로운 관점을 입혔다. 그 출발선은 몇 가지 질문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현대카드에 지원한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 인턴십에 처음 도입한 ‘스페셜 트랙’ 전형은 이 ‘잡스 채용 프로젝트’ 질문에서 시작됐다. 스페셜리스트 모집의 초점은 오직 ‘그 분야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강점과 스토리가 있는가’였다. 인사팀은 학교, 어학성적 등 스펙을 배제한 채 지원자가 강점으로 내세운 콘텐츠에만 주목했다. 면접도 스페셜리스트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평가했다. 이 전형을 통해 올 상반기 이공계 분야 3명, 브랜드 디자인 분야 3명, 광고 마케팅 분야 3명 등 모두 9명을 뽑았다.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을 통해 신입사원의 부서배치 프로그램인 ‘잡셀링’과 ‘잡페어’가 나왔다. 잡셀링은 회사가 임의로 부서를 배치하는 데서 탈피해 시장원리에 맡긴 것. 각 조직의 팀장은 우수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PT)하면서 부서 업무와 비전을 먼저 알렸다. 이후 회사는 신입사원이 원하는 부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잡페어’를 열어 연결했다.
현대카드가 올 상반기 스페셜 트랙으로 뽑은 인턴은 어떤 사람들일까. 최근 스페셜 트랙과 잡셀링을 통해 원하는 부서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인턴을 만났다.
美 투자자문사 인턴했던 수학도
최세민 씨(포항공대 수학과 4학년·25)는 수학도로서 지난해 미국 투자자문사에서 인턴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영어도 부족했지만 인턴기간을 연장받을 만큼 노력했던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쓴 것이 어필한 것 같아요.” 인사팀 관계자는 “이공계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문사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다는 그는 안경을 끼고 인터뷰에 나왔다. 자세히 보니 안경알이 없었다. “면접관의 첫 질문도 ‘안경알이 없네요?’였어요. 스마트하게 보이고 싶어 끼고 있다고 대답했죠.” 단순히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이 금융권이라는 생각에 현대카드에 지원했다는 최씨는 면접관에게 ‘수학도에게 추천해 줄 부서는 어디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면접관 추천대로 그는 인턴 6주 동안 다른 부서보다 수학적 정교함이 필요한 캐피털리스크 관리팀과 상품리스크 관리팀에 배치돼 업무를 익혔다.
스페셜 트랙을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주관을 갖고 살다보면 개인의 스페셜티가 생기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남들만큼의 기본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모전 기획·아이디어의 여왕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 1위,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코바코 영라이언스챌린지(YLC) 우수상. 성지영 씨(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25)는 대학 시절 굵직굵직한 공모전 10여곳에서 수상할 정도의 ‘아이디어 우먼’이다. 인사팀 관계자도 “공모전 수상자가 많지만 아이디어, 기획부문에서 일관되게 상을 받은 사람은 드물었다”며 그를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묻자 성씨는 “사람들 앞에서 설득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모전은 제 생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전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성씨는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도전했던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그는 학점과 공모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의 학점은 4.3점 만점에 3.9점.
‘레드닷 어워드’ 수상한 브랜드 디자이너
김세은 씨(한국산업기술대 산업디자인과 졸·27)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디자인 잡지를 발간하면서 30명이 넘는 유명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세계적인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를 두 차례 수상하는 등 국내외 디자인 공모전에서 여덟 번이나 상을 받았다.
김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레드닷 어워드’에 도전했다. “네 번 도전해 두 번 수상했어요. 베스트오브베스트 상은 사용자가 다가서면 반응하는 시계 디자인으로 콘셉트부문(아직 시판되지 않는 작품에 수여하는 상)에서 받았어요.” 그는 ‘좋은 브랜드’에 대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그는 “현대카드 인턴기간이 많이 배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에 대해 그는 “저도 다양한 경력이 있었지만 브랜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엮었다”며 “자신이 한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SNS에 올린 정태영 사장의 채용 원칙
“충분한 면접 통해 차별화된 다양한 인재 뽑아야”
●우리 주위는 부단히 변하고 있다. 꾸준히 작고 큰 변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런데 알면서도 못 따라가는 이유가 ‘동질적 인적 구성’에 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항상 다른 배경의 인원을 적절히 보유해야 한다. 예외 부서나 업종은 없다.
●채용 과정에서의 경직성, 모호함, 불편함은 회사에 책임이 있다. 그동안 응시과정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진지하게 선정하는 것보다 각종 허들을 만들어 응시배수를 줄이는 편의성에 있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면접 횟수를 대폭 늘리고 채용의 질을 높이는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인재들의 분포가 최적인가. 어떤 스펙을 어디까지 중시할 것인가.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가 지원한다면 합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인가. 잡스 같은 인재는 몇 명이나 있어야 독이 안 될까. 면접은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신입사원 모집의 시절이다. 임직원의 자질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있어야 하는 것, 그리고 없으면 절대로 조금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열정’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스티브 잡스가 현대카드에 지원한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 인턴십에 처음 도입한 ‘스페셜 트랙’ 전형은 이 ‘잡스 채용 프로젝트’ 질문에서 시작됐다. 스페셜리스트 모집의 초점은 오직 ‘그 분야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강점과 스토리가 있는가’였다. 인사팀은 학교, 어학성적 등 스펙을 배제한 채 지원자가 강점으로 내세운 콘텐츠에만 주목했다. 면접도 스페셜리스트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평가했다. 이 전형을 통해 올 상반기 이공계 분야 3명, 브랜드 디자인 분야 3명, 광고 마케팅 분야 3명 등 모두 9명을 뽑았다.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을 통해 신입사원의 부서배치 프로그램인 ‘잡셀링’과 ‘잡페어’가 나왔다. 잡셀링은 회사가 임의로 부서를 배치하는 데서 탈피해 시장원리에 맡긴 것. 각 조직의 팀장은 우수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PT)하면서 부서 업무와 비전을 먼저 알렸다. 이후 회사는 신입사원이 원하는 부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잡페어’를 열어 연결했다.
현대카드가 올 상반기 스페셜 트랙으로 뽑은 인턴은 어떤 사람들일까. 최근 스페셜 트랙과 잡셀링을 통해 원하는 부서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인턴을 만났다.
美 투자자문사 인턴했던 수학도
최세민 씨(포항공대 수학과 4학년·25)는 수학도로서 지난해 미국 투자자문사에서 인턴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영어도 부족했지만 인턴기간을 연장받을 만큼 노력했던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쓴 것이 어필한 것 같아요.” 인사팀 관계자는 “이공계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문사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다는 그는 안경을 끼고 인터뷰에 나왔다. 자세히 보니 안경알이 없었다. “면접관의 첫 질문도 ‘안경알이 없네요?’였어요. 스마트하게 보이고 싶어 끼고 있다고 대답했죠.” 단순히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이 금융권이라는 생각에 현대카드에 지원했다는 최씨는 면접관에게 ‘수학도에게 추천해 줄 부서는 어디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면접관 추천대로 그는 인턴 6주 동안 다른 부서보다 수학적 정교함이 필요한 캐피털리스크 관리팀과 상품리스크 관리팀에 배치돼 업무를 익혔다.
스페셜 트랙을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주관을 갖고 살다보면 개인의 스페셜티가 생기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남들만큼의 기본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모전 기획·아이디어의 여왕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 1위,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코바코 영라이언스챌린지(YLC) 우수상. 성지영 씨(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25)는 대학 시절 굵직굵직한 공모전 10여곳에서 수상할 정도의 ‘아이디어 우먼’이다. 인사팀 관계자도 “공모전 수상자가 많지만 아이디어, 기획부문에서 일관되게 상을 받은 사람은 드물었다”며 그를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묻자 성씨는 “사람들 앞에서 설득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모전은 제 생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전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성씨는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도전했던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그는 학점과 공모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의 학점은 4.3점 만점에 3.9점.
‘레드닷 어워드’ 수상한 브랜드 디자이너
김세은 씨(한국산업기술대 산업디자인과 졸·27)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디자인 잡지를 발간하면서 30명이 넘는 유명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세계적인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를 두 차례 수상하는 등 국내외 디자인 공모전에서 여덟 번이나 상을 받았다.
김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레드닷 어워드’에 도전했다. “네 번 도전해 두 번 수상했어요. 베스트오브베스트 상은 사용자가 다가서면 반응하는 시계 디자인으로 콘셉트부문(아직 시판되지 않는 작품에 수여하는 상)에서 받았어요.” 그는 ‘좋은 브랜드’에 대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그는 “현대카드 인턴기간이 많이 배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에 대해 그는 “저도 다양한 경력이 있었지만 브랜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엮었다”며 “자신이 한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SNS에 올린 정태영 사장의 채용 원칙
“충분한 면접 통해 차별화된 다양한 인재 뽑아야”
●우리 주위는 부단히 변하고 있다. 꾸준히 작고 큰 변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런데 알면서도 못 따라가는 이유가 ‘동질적 인적 구성’에 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항상 다른 배경의 인원을 적절히 보유해야 한다. 예외 부서나 업종은 없다.
●채용 과정에서의 경직성, 모호함, 불편함은 회사에 책임이 있다. 그동안 응시과정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진지하게 선정하는 것보다 각종 허들을 만들어 응시배수를 줄이는 편의성에 있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면접 횟수를 대폭 늘리고 채용의 질을 높이는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인재들의 분포가 최적인가. 어떤 스펙을 어디까지 중시할 것인가.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가 지원한다면 합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인가. 잡스 같은 인재는 몇 명이나 있어야 독이 안 될까. 면접은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신입사원 모집의 시절이다. 임직원의 자질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있어야 하는 것, 그리고 없으면 절대로 조금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열정’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