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고속 성장을 이어온 아시아가 ‘빚 중독’에 빠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혼란이 다시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아시아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빠른 출구전략이나 중국 신용경색 등 돌발변수가 등장하면 위기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HSB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정부, 가계, 기업 포함)은 전년의 192%에서 208%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172%에서 180%로 8%포인트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가 421%로 가장 높았다. 일본(403%) 홍콩(319%) 한국(258%) 말레이시아(241%) 중국(226%) 대만(200%) 등이 뒤를 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국가 상당수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150~200%에 달한다”며 “호주 홍콩 한국 대만 등 고소득 국가는 물론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부채 수준이 낮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에 속한다.

가계부채 급증은 아시아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다. 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80%가 넘는다. HSBC는 “부채 규모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빚이 늘어나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프레드릭 노이만 HSBC홀딩스 아시아 부문 공동 대표는 “아시아가 재앙을 피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유일한 대책”이라며 “각국 정부는 국영기업 개혁과 인프라 확충 및 무역 자유화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