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에볼라 통제 힘들다"…각국에 'SOS'
세계보건기구(WHO)가 8일 서아프리카 에볼라 출혈열 창궐에 대해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바이러스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베냉에서는 지난 7일 에볼라 출혈열 의심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나이지리아와 라이베리아는 이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미국 보건당국 역시 에볼라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전문가들은 6일 이미 932명을 죽음으로 내몬 에볼라 출혈열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각국 비상조치 시행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적 공조 조치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아프리카 국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접경 지역에 최우선적으로 의료 및 물자 지원 등을 하라고 권고했다. 또 모든 국가는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이를 긴급 보건사태로 간주하고 24시간 이내에 조사와 감염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WHO는 각국에 전면적인 국외 여행 또는 교역 금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거나 감염된 사람에 대해서는 외국으로 여행하지 못하도록 공항 항구 등 출입국 관리지역에서 철저한 방역검사를 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 WHO의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을 논의했다. 에볼라 발생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의 검역과 추적조사를 강화하고 다음주 중 의료진과 역학조사관 등을 나이지리아에 파견하기로 했다.

그동안 위험도가 비교적 낮다고 판단해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던 나이지리아 입국자에 대한 검역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발생 4국에 대한 야생동물(과일박쥐, 호저) 수입도 잠정 중단키로 했다.

다만 에볼라 발생국 국민의 입국금지 조치는 추후 상황을 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4월 이후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 등 3개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총 31명이며 이중 18명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제 개발 서둘러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날 에볼라 치료제 시약에 대한 임상규제를 전격 완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로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이 가능해져 환자 치료의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제약회사 테크미라는 7일 FDA로부터 신약 후보물질 ‘TKM-에볼라’에 대한 ‘임상시험 전면보류 결정’이 ‘임상시험 부분보류 결정’으로 변경됐다고 발표했다. TKM-에볼라는 테크미라가 미 국방부와 함께 개발해 온 신약물질이다. 이 약은 전임상 시험에서 영장류에 치사량의 ‘콩고 에볼라 바이러스’를 투여했음에도 100% 예방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지난 7월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에볼라 치료제 예비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안전상의 문제로 시험이 중단됐다.

마크 머레이 테크미라 회장은 “상황이 긴박한 만큼 임상시험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 약물 효용성을 자세히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은 미 정부가 후지필름이 개발한 동물실험 단계의 다른 치료제도 조기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신경보는 이날 중국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유전자 분석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왕천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과학교육국 국장은 “미국에서 두 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항체 치료가 효과를 봤다”며 “백신용 항체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순신/고은이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