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불과 한 달 새 몇 건씩 이어져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보수성향의 케이토연구소는 최근 홈페이지와 포브스를 통해 “이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미국의 안보공약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방어력을 구축할 능력이 있다는 논리였다. 한국을 ‘복지의 여왕(Welfare Queen)’이라고 비유한 논평도 있었다. 복지의 여왕이라는 말은 ‘정부 복지혜택을 받으며 캐딜락을 몰고 다니는 여성’을 비꼬는 표현이다. 한국이 안보에서 무임승차한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이유가 없고, 전시작전권도 서둘러 넘겨줘야 한다”는 미 육사출신 육군 정보장교의 블로그 글이 화제였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실렸다. 미군 철수 주장이 보수 진영에서 이처럼 밀려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무래도 표면적인 이유다. 국내 문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고립주의적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안보 무임승차도 미국으로서는 편치 않겠지만 한·미 동맹의 역사를 볼 때 직접 철군론으로까지 이어질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이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느낌, 일종의 불신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일본과는 갈수록 소원해지면서 중국에는 거의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우리 외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본은 또 대미 채널에서 한국 문제를 어떻게 속삭이고 있을까. 몇 건의 주장만으로 바로 무너질 한·미 관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사로만 넘길 수도 없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공고한 한·미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어떤 선린외교도 우리의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