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해외 갈 필요 있나" 외통위 내부서도 문제 제기
국내 감사 기간 5일 중 한글날과 현장 시찰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3일 만에 외교부, 통일부를 포함한 8개 부처·기관 감사를 끝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8·10월 ‘분리 국정감사’가 시행된다. 단 20일 동안 600여개의 기관을 감사하는 데 따른 부실국감을 방지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보다 충실히 심사하자는 이유에서다.
다른 국회 상임위들은 1·2차 국감에 10일씩을 배정할 예정이지만, 외통위는 해외 22개 재외공관 시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를 들어 재외공관 시찰에 15일, 국내 부처·기관 감사에 5일을 할애했다.
외통위 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15 대 5 국감 일정’이 자칫 수박 겉핥기식 감사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제가 속한 아주반은 몽골, 네팔까지 가는데 직접 감사하러 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걸 줄여서 통일부 관할 현장시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하나원 등에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감사를 내실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외공관 국감이 의원들을 위한 ‘외유성 국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은 매년 국감 때마다 나오고 있다.
4개 지역으로 나뉘어 실시되는 재외공관 국감 대상 기관에는 주코스타리카대사관, 주파나마대사관, 주크로아티아대사관, 주튀니지대사관, 주요르단대사관, 주네팔대사관 등 교민이 많지 않은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3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몇 시간 남짓한 국정감사를 통해 재외공관의 예산낭비나 부정부패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외공관 국감에 드는 비용은 평균 4억~5억원이지만, 지난해의 경우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지적한 재외공관 직원의 아내 사업지원 문제 등이 논란이 됐을 뿐 그 외에는 “교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라”는 등 피상적인 지적에 그쳤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실장은 “국감을 화상을 통해 하거나 꼭 필요한 핵심 기관증인만 불러서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대신 자료요구와 시정조치에 대한 점검을 확실히 하며 문제가 있는 재외공관만 현장 국감을 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