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생활가전 전성시대다. 정수기로 대변되던 기존 소형가전 시장이 청정기, 비데, 제습기 열풍에 힘입어 인기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의 해외 진출까지 가속화하면서 중국에서 한국산 청정기, 밥솥 열풍도 일어난다. 생활가전은 특히 최근 기후·환경적 변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 렌털(대여)사업의 고성장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기존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소형가전 전성시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형·생활 가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다. 지난해 주요 소형가전 시장 규모는 정수기가 연 1조8000억원, 비데와 청정기가 약 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제습기 시장은 3000억원, 전기밥솥 시장은 5500억원 정도다. 소형 가전의 범주는 다양하다. 일부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옵션 가전’으로 필수품은 아니기 때문에 보급률이 낮다.

하지만 편의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소득과 주거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내 주요 계절 및 중소형 가전의 경우 필수품 수준의 보급률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은 보급률이 약 60%에 이르고 김치냉장고는 70% 수준에 달한다.

반면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품목으로 인식되는 정수기는 보급률이 30% 내외에 불과하다. 청정기와 비데, 제습기는 보급률이 20% 내외로 파악된다. 특히 청정기의 경우 이전에는 황사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계절성이 컸지만 최근 미세먼지 우려와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필수 가전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후환경이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으로 변해가면서 제습기의 고성장도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제습기 보급률은 홍콩이나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홍콩은 제습기 보급률이 9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낮은 보급률에 따른 시장 성장성은 가장 큰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소형 가전이 가지는 한계와 우려 요인도 상존한다.

첫째, 필수품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필요성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다음으로 계절성이 크거나 유행에 민감한 품목들의 경우 제품 수명주기가 짧고 수요 감소가 빠르다. 셋째, 소형 가전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 대형 가전업체 진출이 뒤따르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 따라서 시장 성장이 곧 관련 업체 수혜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B2C, 해외진출 가능한 업체 주목해야

이 같은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일반 소비자 거래(B2C) 사업으로 확고한 브랜드력을 확보한 업체를 주목하는 것이 방법이다. 독자적인 사업 모델구축으로 경쟁업체가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구축한 업체나 해외 시장 진출이 가능한 업체를 눈여겨 볼 필요도 있다.

우선 B2C 사업으로 확고한 브랜드력을 확보한 상장사이거나 상장이 예정된 기업을 꼽자면 코웨이와 쿠쿠전자를 들 수 있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코웨이는 환경가전 렌털 시장에서 점유율이 50% 내외, 쿠쿠는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B2C 사업의 가장 큰 강점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점이다. 정수기 방식이 역삼투압인지, 중공사막 방식인지보다 코웨이의 정수기를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둔다는 것이다.

소형 가전의 계절성, 유행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신제품으로 수요를 자극하고 최대한 계절성을 없애면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코웨이의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렌털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강점은 철저한 연구개발(R&D) 및 서비스 인력 관리에서 나온다.

코웨이의 경우 성장이 낮은 정수기 사업에 대해서는 초소형 정수기, 얼음 정수기에 이어 최근 탄산수 정수기 등 신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신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성장이 높으나 계절성이 강한 옵션 가전에 대해서는 제습, 가습 기능을 추가한 복합 청정기로 계절성을 없애고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렌털 수요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소형 가전업체들의 해외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장 성장과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강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청정기의 경우 2013년 중국 청정기 시장은 대기 오염
정수기·청정기·비데 보급률 에어컨 '절반' 수준…성장성 기대
심화로 100%에 가까운 시장 성장을 보였다. 급격한 성장에도 여전히 보급률이 1% 미만이다.

코웨이의 경우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 매출로 중국 시장 고성장을 향유하고 있다. 중국 홈쿠킹, 밥솥 시장도 프리미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업체 수혜가 예상된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쿠쿠전자는 중국 전기밥솥에 비해 평균판매단가가 3~4배 이상인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면세점 및 직수출을 통한 해외 매출 고성장을 누리고 있다.

나은채 <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c.na@truefrie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