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찾아 콘셉트카 개발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찾아 콘셉트카 개발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시장 점검에 나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현지시간) “중대형 신차로 저환율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문했다. 원고 및 엔저로 떨어진 가격 경쟁력을 수익성 좋은 중대형차 비중을 높여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의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에서 현지시장 상황과 마케팅 전략 등을 보고받으면서 이같이 당부했다.

정 회장은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신차를 앞세워 위기를 정면돌파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최근 미국시장에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고장력 강판을 대거 적용해 차의 기본 성능을 크게 높인 차”라며 “이런 신차 판매를 늘린다면 지속 성장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울러 “경쟁사가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해서 지금껏 우리가 어렵게 달성한 ‘제값 받기’를 헛되이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아차 미국법인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는 “앞으로 미국시장에 출시할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 등 신차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이 중대형 신차 판매를 강조한 것은 원고·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을 이겨내려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차종에 대한 판매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중대형차 판매가 늘면 수익성이 좋아질 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져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미국에 출격한 제네시스와 쏘나타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쏘나타는 6월 2만5195대로 월간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만2577대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1~2월 800대 수준에서 5월 신모델 출시 이후 2000대 안팎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현대차는 두 모델 선전 덕에 전체 판매에서 중형차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53%에서 올해 7월까지 56%로 3%포인트 올라갔다.

기아차는 오는 10월 신형 카니발 수출을 시작하는 데 이어 내년 1월 조지아공장에서 신형 쏘렌토 생산에 들어가며 고부가가치 신차 판매를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무기로 딜러인센티브 확대 등 판촉을 강화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지만, 신차를 앞세워 작년 대비 6% 늘어난 133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판매목표는 현대차 74만5000대, 기아차 58만5000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