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활용할 수 없게 된다. 주민번호는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도입된 뒤 46년 동안 신분 확인을 위한 ‘만능번호’로 쓰여온 탓에 적지않은 불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7일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별법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개인 신용도 조회, 회사 직원 인사관리·급여지급, 기부금 영수증 발급, 수도·통신·난방 요금 감면 대상 확인, 부동산 계약 등에는 수집이 가능하다. 수표를 쓸 때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회원 포인트 관리를 위해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는 없다. 콜센터도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다만 금융회사나 세무서 등의 콜센터는 가능하다.

건물 방문객 등에게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면서 주민번호를 적도록 하는 것도 금지된다. 입사 원서에도 주민번호를 요구할 수 없다. 구독·렌털·할부대금 자동이체 신청이나 렌터카 이용 고객 범칙금 통고도 대체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병원 진료를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려는 환자들은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인터넷·전화 예약 시스템이 주민번호 기반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의료기관의 환자기록 관리체계가 주민번호 기반이어서 진료예약 때 주민번호 수집이 안 되면 사실상 환자 정보를 관리할 수 없다”며 인터넷·전화 진료예약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매번 병원을 찾아 진료예약을 해야 한다.

카드사와 캐피털사, 대부업체 등을 이용한 대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과 기존 대출거래를 확인하려면 주민번호가 필수적이지만 수집할 수 없게 돼서다.

이동통신사는 본인 확인 기관으로 지정돼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취약계층 요금 감면, 온라인상 본인 확인, 대포폰 방지를 위한 본인 확인 정도에 그치고 가입자 관리, 요금수납, 채권추심 등에는 불가능하다.

온라인쇼핑몰 이용에는 큰 불편이 없을 전망이다. 대부분 온라인쇼핑몰은 지난해 2월부터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받지 않고, 휴대폰 번호와 아이핀(I-PIN·인터넷 개인 식별 번호) 등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은 5일부터 멤버십 회원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는 받지 않고 휴대폰 번호와 생년월일만 적도록 하고 있다.

진료예약에 불편이 예상되면서 병원 업계는 내년 2월6일인 유예기간을 늘리고, 정부 주도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민번호로 본인 여부를 확인해온 개인들로선 아이핀을 본떠 만든 오프라인 본인 확인 수단인 마이핀(My-PIN)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조언했다.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