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같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도 부실이 발생했을 때 대손충당금 비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동일 기업에 대한 은행의 부실채권 분류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동일 기업에 대한 은행 간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에 금액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동일 기업에 대한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은 은행 개수였다. 예를 들어 A회사에 5개 은행이 대출해준 뒤 세 곳은 ‘고정’으로, 두 곳은 ‘요주의’로 분류했다면 요주의로 판단한 은행은 자산건전성 분류를 고정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동일기업·동일 건전성 분류 원칙은 2개 이상의 은행에서 10억원 이상의 돈을 빌린 기업에 적용된다. 이 원칙에 따라 건전성 분류를 조정해야 하는 대상은 작년 말 기준 17개 은행, 110개 기업여신(4조60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는 ‘은행 개수’ 기준에 ‘금액 기준’이 추가된다. A회사에 대한 여신액 중 절반 이상이 고정으로 분류되면 다수 은행이 요주의로 판단했더라도 고정에 해당하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A회사의 은행권 전체 여신이 1000억원이고 이 중에서 500억원을 빌려준 은행이 고정으로 분류했다면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한 은행은 모두 고정으로 바꿔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신 규모가 작은 다수의 은행이 건전성을 낙관적으로 분류하면 큰돈을 빌려준 은행이 위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실채권이 아닌 정상과 요주의 여신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종서/장창민 기자 cosmos@hankyung.com